‘문제 교사’ 1차 판정부터 난관… ‘하늘이법’ 신중한 접근 목소리

입력 2025-02-17 02:01
관중들이 15일 경북 포항스틸야드에서 펼쳐진 포항스틸러스와 대전하나시티즌의 프로축구 K리그1 2025시즌 개막식에서 추모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어 올리고 있다. 이날 양 팀 선수들과 1만여명의 관중은 학교에서 교사 명모씨에게 살해된 8살 김하늘양을 위해 묵념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초등학교에서 교사에게 살해된 김하늘(8)양 사건의 후속 조치로 정치권과 정부가 ‘문제 교사’를 교육 현장에서 분리하는 이른바 ‘하늘이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새 학기를 앞두고 고조된 학교 현장의 불안감을 덜기 위한 것이다. 다만 교육계 안팎에서는 시간에 쫓겨 입법을 밀어붙이면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 교사를 1차로 판정하고 교육 당국의 개입이 진행되는 과정을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6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교육부와 국민의힘은 17일 당정협의회를 연 뒤 대략적인 정책 방향을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 10일 김양 사건이 발생하고 일주일 뒤 정책 윤곽이 드러나는 것이다.

당정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4일 교사, 학부모, 정신건강 전문가 등과 개최한 ‘함께차담회’에서 다룬 내용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차담회 뒤 교육부는 몇 가지 방안을 예고했다. 교육부 설명을 종합하면 폭력성을 드러내는 등 정상 근무가 어려운 교사를 학교 현장에서 긴급 분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질환교원심의위’를 ‘직무적합성심의위’로 개칭하고, 법적 근거를 마련해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질환교원심의위는 정신적 신체적 문제로 정상 근무가 어려운 교사를 직권으로 휴직·면직시키는 제도로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운영되다 보니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도 하늘이법을 당론으로 추진키로 했다. 민주당 교육특별위원장인 백승아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교사만 안전한 학교, 학생만 안전한 학교는 불가능하다. 학교 구성원 모두 안전을 확보하는 게 하늘이법 제정 이유”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17일 교원단체 면담을 시작으로 교육 현장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교직 사회는 설익은 정책을 우려하고 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성명을 통해 “교육부·정치권이 급히 추진하는 하늘이법은 정신 질환을 가진 교원을 잠재적 위험 인자로 간주한다”며 “교원의 정신건강을 음지화하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불신을, 교사에게는 고통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계에 따르면 학교에서 1차로 문제 교사를 판정하는 기준과 절차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교육 당국이 개입하려면 일단 학생, 학부모, 동료교사, 학교 관리자 등이 문제 교사의 존재를 교육 당국에 알려야 한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특정 교원의 문제를 상급기관에 의뢰하는 과정에서 학교 구성원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사 입장에서는 정신적 문제가 있는 교사로 교육 당국 심사에 오르는 것만으로 큰 불명예다. 긴급하게 학교 현장에서 배제될 경우 작지 않은 충격을 받게 되고, 학생 학부모 동료교사로부터 낙인이 찍힐 수 있다. 학생과 교사, 교사와 학부모, 교사와 교사 사이 갈등이 상존하는 학교 공간에서 교권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부산 지역의 한 초등 교사는 “선생님 스스로 문제없다고 주장하는데 주변에서 문제 있다고 할 때 학교 차원에서 판단하는 기준과 절차가 명확해야 한다”며 “너무 교사 쪽으로 기울면 위험한 교사를 방치하게 되고, 교사를 학교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남발하면 교육 현장은 망가진다.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박장군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