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플렉스 시즌5] “청년들이여, 자기검열 멈추고 예수님 핏값의 삶 되새겨야”

입력 2025-02-18 03:07
민준호 IJM코리아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우리의 가치는 예수님 핏값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청년들이 이 사실 하나만큼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세상의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존귀한 존재입니다. 여러분은 하나님의 하나뿐인 아들 예수님의 피를 대신해서 다시 태어난, 예수님의 핏값으로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지금 마주하는 일이 어렵든 아니든, 또 꿈을 이뤘든 이루지 못했든 간에 여러분은 예수님 핏값으로 다시 사는 사람이란 확신을 하길 바랍니다.”

민준호(49) IJM(International Justice Mission)코리아 대표는 청년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청년들이 ‘자기검열’이 강한 것 같다”면서 “꿈이나 비전이 무엇이냐고 질문할 때 적지 않은 청년들이 자신의 한계를 단정 짓고 ‘못할 것 같다’고 선을 긋는다”고 말했다. 이어 “예수님 핏값인 우리의 존귀함은 그 누구도 손상할 수 없고 가능성을 한정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IJM 사무실에서 민 대표를 만났다. IJM은 개발도상국에서 폭력과 인신매매 문제 등에 노출된 이들을 구출하고 ‘현대판 노예(Modern Slavery)’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는 글로벌 기독교 NGO단체다. IJM이 지금까지 구출해낸 사람은 전 세계 약 8만여명에 이른다. 민 대표는 IJM코리아 대표로서 6년째 동행하고 있다.

민 대표와 강제노동 생존자가 2023년 남아시아 지역의 한 마을에서 찍은 사진. IJM코리아 제공

민 대표가 IJM코리아에서 사역하게 된 배경에는 청년 시절 경험을 빼놓을 수 없다. 모태신앙이었던 그는 스무 살까지 하나님이 살아계신다고 확신할 수 없는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크리스천이었다. 그런 그가 하나님을 본격적으로 만난 계기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였다.

1995년 6월 29일 17시 57분. 당시 재수생이던 그는 아버지 생신 선물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들렀다가 건물이 무너지는 참사를 겪었다. 1층에 있었던 그는 사람들이 소리지르면서 뛰쳐나갈 때 함께 건물을 벗어나 살아남았다. 마음을 가라앉히던 그에게 비참한 소식이 들려왔다. 자신과 같은 이유로 백화점에 방문했던 여동생이 크게 다쳐 응급실에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민 대표는 “당시 여동생은 출혈을 걷잡을 수 없고 뼈가 드러날 정도로 상처를 입었다”면서 “또 부모님도 평소에 그 백화점을 자주 다니셨던 사실이 떠오르면서 나도 모르게 땅바닥을 구르며 ‘하나님이 계시면 우리 가족 살려달라’고 목 놓아 기도했다”고 회상했다.

다행히 여동생은 회복됐지만 중학생 때부터 백화점이 지어지는 과정을 보며 등교했고 완공 이후에는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기에 참사의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서울을 대표하는 크고 화려한 건물이 몇 년에 걸쳐 세워졌는데 무너지는 데는 단 몇 초면 충분했습니다. 그걸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백화점 건물이 인생과 같구나’라고요. 청년들이 눈에 보이는 화려한 걸 따라가잖아요. 좋은 대학에 떨어지면 인생이 망하는 것처럼 생각하기도 하고요. 아무리 남들이 보기에 그럴싸한 것이라도 올바르게 세워지지 않으면 마지막 순간에는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민 대표는 사고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다시 학업의 길로 들어섰다. 서울대를 목표로 재수를 했던 그는 두 번째 입시에서도 서울대에 낙방했다. ‘나는 공부를 잘하니까 서울대에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던 그는 삼수까지도 고려했지만, 불합격 소식을 접한 그의 어머니는 기독 사학인 한동대에 원서를 대신 접수했다. 민 대표는 한동대에 떨어지고 싶어 애를 썼음에도 친구들의 손에 붙잡혀 결국 면접까지 가게 됐다.

그는 “당시 몸과 마음이 힘들어 면접 자리에서 말할 수 없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한동대 교수님들은 그런 나를 위해 어깨에 손을 대고 기도를 해주셨다. 결국 어머니의 바람대로 한동대에 입학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한동대에 다니던 시절이 믿음의 선후배들을 만나게 해준 감사의 시기였다고 고백했다. 그는 “몇 년 전 하나님의 품으로 가신 김영길(1939~2019) 총장님의 가르침을 늘 마음속에 품고 있다”며 “김 총장님은 빌립보서를 통해 예수님의 ‘권리 포기’를 강조하셨다.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권리를 포기하고 십자가에 달리심으로 우리를 사랑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워서 자신을 비추는 게 아닌 남을 비추는 삶을 살도록 늘 가르치셨다”며 “한 번도 높은 자리를 탐하지 않고 낮은 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걸 주저하지 않은 예수 그리스도처럼 우리도 타인을 비추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터뷰 말미 무한경쟁 시대 속에 놓인 오늘날 청년들을 향해 마지막 조언을 건넸다.

“제 두 딸은 제게 있어 그 누구보다 예쁘고 소중합니다. 하물며 이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은 우리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실까요. 삶이 막막하고 힘들 때 잠시 멈춰서도 괜찮습니다. 하나님의 관심은 여러분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