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주도 업종을 찾지 못한 국내 증시에서 한화그룹주 상승세가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책의 수혜업종으로 꼽히는 방산과 조선을 핵심 계열사로 가진 데다 지주회사인 ㈜한화 자체 사업 실적도 개선되면서 ‘한화’라는 이름이 상승 테마를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그룹 지주사 ㈜한화 주가는 최근 4거래일 40.92% 급등해 지난 14일 주당 4만2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화 주가가 4만원대를 돌파한 것은 약 7년 만이다. ㈜한화 주가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있긴 했지만, 그간 국내 증시에서 지주사 자체는 핵심 자회사가 증시에 동시 상장된 경우가 많아 매력 있는 투자처로 여겨지지 않았다.
방산과 조선 계열사에 대한 기대감이 ㈜한화의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방산업체인 한화시스템은 지난 14일 3만4250원으로 지난 2019년 상장한 이후 최고가로 마감했다. 지난해 4분기는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지만, 미국 펜실베이니아 필리(philly) 조선소를 인수한 영향이 올해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다. 필리조선소 인수로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선박법(Ship Acts)의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커져서다.
정동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 해군 MRO(유지 보수 정비) 물량 증가와 미 해군 신조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화시스템 주가는 최근 4거래일 동안 36.0% 상승했다. 같은 이유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도 올해 주가가 배 이상 뛰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최근 4거래일 29.0% 상승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 4조8311억원, 영업이익 8925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6%, 222% 상승했다. 트럼프 2기를 맞아 미국은 물론 동맹국의 국방비 지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고, 시장 기대치를 훌쩍 넘는 실적을 보여주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
조선과 방산에서 시작된 주가 온기는 백화점주인 한화갤러리아는 물론 보험과 증권 계열사인 한화생명, 한화투자증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한화’라는 이름이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되는 셈이다. 그 덕분에 한화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한화그룹 상장지수펀드(ETF)는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중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57.93% 급등했다. 이 ETF는 한화그룹 계열사 11개가 편입돼 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