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 윤동주 못 지켰다” 명박수여로 교훈새긴 도시샤大

입력 2025-02-17 01:29
윤동주 시인의 조카인 윤인석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16일 일본 교토 도시샤대 이마데가와 캠퍼스 예배당에서 열린 윤동주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 참석해 대신 받은 학위를 큰아버지 사진 옆에서 들어 보이고 있다. 도시샤대 제공

일제강점기 대표적 문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윤동주(1917~1945) 시인이 16일 순국 80주년을 맞아 모교인 일본 도시샤(同志社)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도시샤대는 윤동주의 문학적 성취를 기념하고 과거 재학생일 때 그를 지키지 못했다는 점을 기억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를 통해 한·일 간 유대 강화와 평화로 이어지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도시샤대는 이날 교토 이마데가와 캠퍼스 예배당에서 학위 수여식을 열고 윤동주 시인에게 명예 문화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이 대학이 고인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 것은 1875년 개교 이래 처음이다.

윤동주 시인의 조카인 윤인석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수여식에 참석해 학위를 대신 받았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과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일부 여야 의원과 진창수 주오사카 총영사도 수여식에 참석했다.

연세대 전신인 연희전문학교 문과를 졸업한 윤동주는 1942년 4월 릿쿄대를 거쳐 같은 해 10월 도시샤대 문학부 영문과로 편입했다. 이듬해 7월 항일운동 사상범으로 체포된 그는 광복을 불과 6개월 앞둔 1945년 2월 16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8세의 나이로 옥사했다.

고하라 가쓰히로 도시샤대 총장은 이날 수여식에서 “도시샤대는 올해 설립 150주년을 맞이하며 전쟁의 시대가 있었고 많은 학생이 시대의 희생자가 됐다는 사실을 잊을 수 없다”며 “본교는 그 역사 속에 윤동주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역사의 교훈을 마음에 새기면서 새로운 시대를 바라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핫타 에이지 학교법인 도시샤 이사장도 축사를 통해 “윤동주 시인이 ‘시’라는 형식을 통해 국경을 넘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줬다는 점에 존경의 뜻을 표함과 동시에 한국과 일본의 유대 강화와 평화를 기원한다”며 “명예 문화박사 학위를 증정할 수 있게 된 것은 영예롭고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학위 수여식에 이어 교내 윤동주 시비 앞에서 추모식도 열렸다. 추모식에선 지난해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 우승팀인 교토국제고의 한 일본인 학생이 한국어로 서시를 낭독했다. 이어 고하라 총장이 ‘윤동주를 말하다’를 주제로 강연회도 진행했다.

서거 80주기를 맞은 올해 윤동주를 추모하는 행사는 일본에서 더 이어질 전망이다. 윤동주가 도시샤대로 편입하기 전 다닌 릿쿄대에서도 오는 23일 기념 강연회와 시 낭독회가 열릴 예정이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