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 펀드 책임운용… 90년대 생 ‘용대리’가 돌아왔다

입력 2025-02-17 00:16
게티이미지뱅크

‘용대리(용감한 대리급 펀드매니저)’가 돌아왔다. 최근 1990년대생이 펀드 운용의 최종 결정자 역할을 하는 ‘책임 매니저’에 오른 사례가 늘면서 이들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운용업계에 따르면 최근 2~3년 사이 90년대생이 펀드 책임 운용역을 맡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경우 글로벌 주식 운용 담당(본부) 13명 중 절반가량이 90년생 책임 운용역이다. 책임 운용역은 상품 운용의 최종 결정을 내리는 책임자다. 글로벌 퀀트 운용부에서 ‘ACE 엔비디아밸류체인액티브’ 펀드 운용을 맡은 1992년생 김현태 책임은 “90년생 책임의 등장은 2년 사이 이뤄진 것 같다”며 “자산운용업의 트렌드가 주제별로 다양한 상품을 많이 출시하는 쪽으로 설정되면서 기회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TIGER 미국필라델피아AI반도체나스닥’ 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하는 1993년생 김병석 미래에셋자산운용 책임도 “급속도로 성장한 ETF 시장 덕에 90년대생이 선배들보다 책임으로서 활동할 기회를 빨리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모두 24명인 미래에셋 ETF 운용 부문은 팀장급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90년대생이다.

책임 운용역은 담당하는 상품의 순자산도 크다. 김병석 책임과 김현태 책임이 운용하는 상품의 총 순자산액은 각각 4조2000억원과 5000억원가량이다.

‘변화에 대한 높은 민감도’와 ‘트렌드 캐치 능력’은 90년대생 책임 운용역의 강점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최신 기술과 제품에 관심을 두고 이를 상품 출시와 운용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코딩 등 기술을 활용해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도 90년대생의 보편적 특성이다. 보고서나 공시 등 정보를 수집하거나 상품 출시를 위한 지수 데이터 확보 작업을 자동화해 더 빠르고 편리하게 업무를 수행한다. 자사 유튜브에 출연해 직접 상품을 설명하는 등 고객과의 소통도 활발하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에서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 등을 이끄는 심주현(31) 매니저는 “‘용대리’는 선배 매니저들의 경우 대형주 위주로 운용을 한다면 후배 기수가 중·소형주 위주로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운용을 한다는 데서 과거에 나온 말이었는데 지금과 유사한 흐름이지 않을까 싶다”며 “90년대생들이 입사 직후 코로나 시기를 겪고 암호화폐 시장의 확대를 마주하면서 훨씬 더 넓어진 시각에서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업종이나 테마를 빠르게 받아들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