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올해 하루도 빼지 않고 코스피 순매수

입력 2025-02-17 02:05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올해 들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코스피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코스피는 올해 7.98% 오르며 미국 주요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3.96%) 나스닥(3.70%) 수익률을 웃돌았고 주요국 증시 중에서도 수익률 상위권에 올랐다. 같은 기간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는 모두 순매도를 기록해 연기금이 국내 증시를 떠받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올해 증시 개장 이후 30 거래일 연속 코스피 주식 순매수 중이다.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이날까지 연기금이 사들인 코스피 주식 규모는 2조8560억원에 달한다. 연기금은 가입자의 연금 지급 안정성을 위해 철저히 계산된 자산 배분에 따른 장기투자 관점에서 주식에 투자한다. 주가가 낮을 때 미리 사둔다는 점에서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이승훈 IB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해외주식은 밸류에이션이 높아져 연기금이 일정 부분 차익 실현을 하고 대신 그간 낮아진 국내 주식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삼성전자 등 주가가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수출 기업 중심으로 타격을 받을 우려는 선반영됐고, 일본 등과 달리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기조인 점도 투자 근거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연기금이 가장 선호한 종목은 삼성전자다. 올해 들어 692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삼성전자 주가도 연초 이후 5.26% 상승했다. 이어 SK하이닉스(2474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1884억원) LG에너지솔루션(1418억원) 두산에너빌리티(1156억원) 등의 순으로 사들였다. 반면 미국의 관세 정책 피해 우려가 있는 현대차(-881억원)는 순매도했다.

연기금 매수 행렬에 힘입어 증시 거래대금도 살아나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일평균 거래대금은 1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월(9조6178억원)과 비교하면 25.8% 늘었고 지난해 12월(8조7353억원)보다는 38.5%나 급증했다. 코스닥도 지난달 6조9389억원 수준이었던 일평균 거래대금이 2월엔 30% 뛴 9조319억원을 기록했다.

코스피 거래대금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한화오션 두산에너빌리티 등 순이었다. 코스피 시장의 일평균 회전율도 이달 0.58%로 지난달(0.47%) 작년 12월(0.44%)보다 개선됐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에만 21조원어치 넘는 코스피 주식을 내던져 지수를 끌어내린 외국인은 올해도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2조414억원 넘게 순매도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기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15.61%를 차지해 코스피 지수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회사는 올해 고대역폭메모리(HBM)3E 12단과 HBM4단 제품을 고객사에 납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