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흡충·담석증·비만·간염 등이 원인
황달로 진단받으면 이미 많이 진행
평상시 혈액 간 기능 수치 확인하고
민물회 피하고 간질환 적극 치료를
황달로 진단받으면 이미 많이 진행
평상시 혈액 간 기능 수치 확인하고
민물회 피하고 간질환 적극 치료를
담도암은 세계적으로는 발병률이 낮은 희귀암이지만 국내에선 주요 10대 암(9위)에 들 정도로 드물지 않다. 얼마 전 발표된 2022년 중앙암등록통계에서 7848명의 담도·담낭암 환자가 새로 발생했다. 담도암은 1999년 암 통계 작성 이후 지금까지 연평균 4%씩 꾸준히 증가했다. 서구화된 식습관의 영향으로 인한 비만, 담석증, 당뇨병 등의 증가와 무관치 않다. 담도암의 5년 생존율은 29.4%로 꼴찌인 췌장암(16.5%)에 이어 밑에서 두 번째로 낮다. 정다운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외과 교수는 17일 "담도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증상만으로 조기에 발견하긴 어려운 암 중 하나다. 또한 국가암검진사업에 들어 있지 않아 더 그렇기도 하다"면서 "개인이 관심을 갖고 정기 검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는 20일 '세계 담도암의 날'을 맞아 정 교수에게 담도암의 최근 발생 경향과 치료법 등에 대해 들어봤다.
-국내 담도암 발병이 높은 이유는.
“국내뿐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발병률이 높다. 유전적 또는 인종적 특성과 함께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가령 과거 한국 등 동아시아에는 민물고기를 날로 먹는 식습관으로 인해 간흡충(간디스토마) 감염이 많았는데, 이로 인한 간내 담도암 발병률이 높았다. 근래에는 간흡충 감염에 의한 담도암은 줄고 담석증, 비만, 간염, 당뇨병 같은 이차적 요인으로 발병하는 담도암이 많다.”
-위험 요인은.
“담도암은 간에서 생성된 소화액(담즙)이 십이지장으로 이동하는 통로에 생긴다. 담석증이나 염증성 장질환 등으로 인한 담도 내 만성 염증이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앞서 말한 간흡충 감염, 간염, 간경변, 당뇨병 등도 담도암 위험을 높인다. 고령, 비만, 음주도 영향을 준다.”
정 교수는 “2009년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가 간흡충을 1급 발암 물질로 지정해 민물고기 생식에 대한 인식 변화가 있음에도 담도암이 전혀 감소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고지방·고칼로리 음식 섭취가 늘면서 비만, 담석증 등의 증가와 연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령 또한 암 발생을 높이는 중요 인자이기 때문에, 인구 고령화로 인한 환자 증가도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심 증상은.
“담도암이 가장 대표적 증상은 황달이다. 눈동자와 피부가 노랗게 변한다. 황달은 암이 담도를 막아 담즙 배출이 안 될 때 생긴다. 황달로 담도암을 진단받으면 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또 소변에 담즙(빌리루빈 성분)이 섞여 나와 소변이 진한 갈색이 된다. 이밖에 복통, 소화불량, 체중감소, 가려움증 등도 있다. 다만 초기 담도암은 대부분 무증상이거나 증상이 있더라도 비특이적인 경우가 많아 바로 담도암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그렇더라도 조기 발견하려면.
“담도는 간 췌장 십이지장 등 장기에 둘러싸여 있어 암을 발견하더라도 말기이거나 주변 장기에 전이된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정기적으로 검진하는 것이 최선이다. 다만 여러 검사를 해야 하고 내시경적 역행성담췌관조영술(ERCP) 같은 침습적 검사도 필요해 정기적으로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런 검사가 부담된다면 혈액 검사에서 간기능 수치인 ALP, 감마GPT 등이 이유 없이 올라가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수술로 암을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담도암은 수술 가능한 경우가 30~50% 정도다. 대부분 뒤늦게 발견하거나 암의 크기·위치 등에 따라 수술 불가능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암과 달리 크기가 작은데도 수술 못 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간과 췌장에 걸쳐 있는 담도의 해부학적 특징 때문인데, 간 내부에서 발생한 간내 담도암이냐 간 입구의 간문부 담도암 혹은 간 바깥에 생긴 간외 담도암이냐에 따라 수술법, 수술 가능 여부가 다르다.”
-로봇 수술도 많이 한다고 들었다.
“그렇다. 개복 수술 외에 복강경 또는 로봇 수술도 이뤄지고 있다. 특히 로봇 수술로 집도했을 경우 예후가 개복 수술과 큰 차이 없다는 연구 논문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다만 환자 상태에 따라 개복 수술로 하는 것이 나은 경우도 있어 전문의와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좋다.”
-수술 외 치료법은.
“가장 좋은 치료는 수술이지만 수술 외 치료 방법이 없진 않다. 아직 여타 암과는 다르게 담도암은 면역항암 치료 또는 표적 치료가 활발히 시행되는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여러 연구에서 담도암에 대한 면역항암 치료의 효용성이 입증되고 있다. 수술 불가능하거나 완전히 절제되지 않은 경우 면역항암 치료나 내시경 치료 등이 보조적으로 쓰인다.”
정 교수는 “담도암을 예방하려면 직접적 원인인 간흡충 감염을 일으키는 민물회 섭취를 피하고 구충제를 정기적으로 먹어야 한다. 또한 담도에 만성적인 염증과 협착을 일으키는 담석이나 담도염, 낭종 그리고 지방간·간경변·간염 등 만성 간질환을 적극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규칙적인 운동이나 건강한 식습관, 금연, 금주·절주 등 올바른 생활습관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