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다니는 동네 단골의원이나 소위 ‘빅6’라 불리는 대형 대학병원, 그렇지 않으면 이름이 알려진 병원 정도만 알고 지냈을 것이다. 그런데 일련의 의·정 갈등 사태를 겪으며 일반 국민도 의료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이런 변화를 내 생활 속에서도 실감하곤 한다. 소아청소년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잘하는 병원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이 예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 그런 경우 각 분야 ‘전문병원’들을 주로 소개한다. 그럴 때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전문의가 진료하는 곳’이 전문병원이려니 생각한다. 부분적으로 맞긴 하지만 전문병원은 상급종합병원과 더불어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특정 병원들에만 부여되는 명칭이다. 제도가 시행된 지 10년 정도 됐는데 아직 일반인들의 인식 속에 충분히 자리 잡지 못한 것 같다.
19개 분야에서 특성화된 병원들 가운데 ‘의료기관 인증 평가’라는 어려운 관문을 거쳐 차별화된 진료 및 수술, 입원 치료 등을 하는 115곳만이 전문병원으로 지정돼 있다.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안과, 정신과, 신경과, 이비인후과, 척추, 관절, 심뇌혈관, 수지접합, 화상, 한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실력과 시스템을 갖춘 병원들이다.
요즘은 대학병원들의 진료 접근성이 예전 같지 않고 차츰 중증, 응급, 희귀 질환에 초점을 맞춰 교수들이 연구하고 진료하며 후학을 양성해 우리나라 의료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면 지역 사회에서도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전국 110여개의 전문병원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지금보다 더 늘어나야 진료받는 환자들에게 체감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 지역에도 전문병원들이 생길 수 있을까. 시험에서 60점 받는 아이에게 70점만 해도 괜찮다고 할 것이 아니라, 90점을 받으면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사주겠다고 높은 기준에 대한 확실한 보상을 약속한다면 실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환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진료 여건을 마련하는데 정부, 국회, 지역 사회 등이 함께 심혈을 기울인다면 잠재적인 실력을 갖춘 병원들이 어려운 허들을 극복하고라도 전문병원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 수혜는 양질의 특성화된 진료를 통해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 대한전문병원협회 총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