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20대 남성, ‘극우’ 아닌 ‘스윙보터’

입력 2025-02-17 00:34

이대남, 찬성 53%·반대 35%
‘탄핵 반대 높다’ 사실과 달라

전체, 찬성 60%·반대 34%와
오히려 가장 비슷한 비율 보여

국힘·민주당, 극우로 판단하면
다음 선거서 자충수 두게 될 것

연초 KBS는 한국리서치, MBC는 코리아리서치를 통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둘 다 전화면접 조사였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반대 여론은 75대 25 구도였다. 약 75%가 탄핵을 찬성했고, 약 25%가 반대했다.

1월 중순쯤 되자 여론 흐름이 바뀌었다.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상승하고, 탄핵 반대 여론도 상승한다. 설 연휴 기간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탄핵 찬성·반대 여론은 6대 4, 정권교체·정권재창출 구도는 5대 4, 정당 지지율은 4대 4 구도를 보여준다.

이때부터 ‘이대남 담론’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20대 남성이 탄핵 반대 여론을 주도한다는 기사 비중이 커진다. 이들의 탄핵 반대 여론이 왜 높은지 분석하는 기사도 늘어난다.

탄핵 반대 집회 주최 측은 의도적으로 20대 남성들을 연단에 세워 발언 기회를 주고 있다. 이에 반발하며 민주당 일부 인사는 20대 남성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이들을 자극하고 있다.

그런데 20대 남성은 탄핵 반대 여론이 더 높은 게 사실인지 ‘팩트’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20대 남성과 30대 남성 모두 탄핵 찬성 여론이 훨씬 더 높다.

한국갤럽은 매월 말 월간 통합자료를 발표한다. 한 달치 조사를 통합하기에 샘플 수가 많아진다. 샘플 수가 많아지기에 성·연령 교차분석 자료를 발표한다. 성·연령 교차분석은 20대 남성, 20대 여성, 30대 남성, 30대 여성을 별도로 발표하는 것을 말한다. 정기 여론조사에서 이 자료가 공개되는 것은 한국갤럽이 유일하다.

한국갤럽 1월 통합자료에서 탄핵 찬성·반대 비율을 살펴보자. 20대 남성은 탄핵 찬성 53%, 반대 35%다. 30대 남성은 탄핵 찬성 62%, 반대 31%다. 20대 남성은 탄핵 찬성이 반대에 비해 18% 포인트 더 높다. 30대 남성은 무려 31% 포인트 더 높다.

20대 남성의 탄핵 찬성 비율은 6070세대와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연령별 분석에서 탄핵 반대 여론이 더 높아지는 경우는 60대와 70대 이상이다. 탄핵 반대 비율만 살펴보면 60대 남성 50%, 60대 여성 54%, 70대 이상 남성 55%, 70대 이상 여성 53%다. 이들 연령에서는 모두 50%가 넘는다.

물론 20대 남성과 20대 여성을 비교하면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당 지지율과 주관적 정치성향 답변에서 확연하게 달라진다. 정당 지지율을 살펴보면 20대 남성은 민주당 18%, 국민의힘 37%다. 20대 여성은 다르다.

민주당 48%, 국민의힘 12%다. 격차만 살펴보면 20대 남성은 국민의힘을 19% 포인트 더 많이 지지한다. 20대 여성은 민주당을 36% 포인트 더 많이 지지한다.

30대 역시 폭은 줄어들지만 양상은 비슷하다. 30대 남성은 민주당 28%, 국민의힘 35%다. 국민의힘을 7% 포인트 더 지지한다. 30대 여성은 민주당 46%, 국민의힘 21%다. 민주당을 25% 포인트 더 지지한다.

20대 남성은 국민의힘을 더 지지하고, 보수성향을 보인다. 20대 여성은 민주당을 더 지지하고, 진보성향을 보인다. 30대로 가면 진폭은 줄지만 경향은 비슷하다. 정리하면 20대 남성과 30대 남성은 국민의힘을 더 지지하고, 보수성향이 더 강하지만 탄핵 찬성 여론이 더 높은 경우다.

20대 남성과 30대 남성은 국민의힘을 더 지지함에도 불구하고 왜 탄핵 찬성 여론이 높은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12·3 비상계엄이 진보·보수를 떠나 자유민주적 헌정질서를 위협하며, 국가적 위기를 초래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민 다수의 ‘일반적 상식’에 부합한다.

흥미롭게도 탄핵 찬성·반대 전체 여론과 20대 남성 여론은 매우 비슷하다. 한국갤럽 1월 통합자료에 의하면 탄핵 찬성 60%, 반대 34%다.

이게 전체 평균이다. 20대 남성에 국한하면 탄핵찬성 53%, 반대 35%다. 성·연령 교차 데이터를 통틀어 ‘전체 여론’에 가장 근접한 집단은 20대 남성이다.

20대 남성은 극우가 아니다. 전체 평균에 근접한 스윙보터다. 이들은 2017년 대선에서 국민의힘 계열을 심판했고, 2020년 총선에서는 민주당 압승을 도왔다. 2022년 대선에서는 윤석열 후보를 적극 지지했고, 2024년 총선에서는 윤석열정부를 심판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20대 남성을 ‘극우’로 판단한다면, 오판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자충수로 귀결될 것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