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자사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의 최신형 제미나이2.0을 열흘 전쯤 선보였다. 제미나이는 2023년 2월 ‘바드’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처음 등장했다. 혜성같이 나타나 생성형 AI 시대의 문을 연 오픈AI의 챗GPT보다 두세 달 늦은 시점이다. 초기 바드는 부정확한 정보와 엉뚱한 답변으로 경쟁사를 의식한 졸속품이라는 불명예를 안아야 했다. 구글은 1년 만에 제미나이로 이름을 바꾸고 절치부심 끝에 새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나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료 모델 제미나이2.0 플래시에 궁금한 몇 가지를 물으며 대화해봤다.
첫 질문은 구글 인앱 결제 정책의 장점과 순기능에 관한 것이었다. 제미나이는 “비판적 시각이 많고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긍정적 측면이 있다”면서 사용자 보안 강화, 개발자 편의성 증대, 플랫폼 안정성 확보, 사용자 신뢰도 향상, 앱 생태계 발전 기여 등 5가지를 순식간에 나열했다. 최근 ‘구글·애플 공화국, 한국만 봉’ 기획 시리즈 취재에 도움을 준 빅테크 조세 회피 전문가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가 “만약 우리 게임사가 인도네시아에서 게임을 판다고 가정하면 통신사를 찾아가 유통망을 발굴하고 수익을 내도 주머니로 들어오기까지 경영상 불확실성이 큰데, 구글 앱 마켓을 통하면 수수료만 떼고 나머지는 쉽게 해결되기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 것과 상통했다. 다만 제미나이는 알아서 ‘주의’ 각주를 띄우고는 위에 언급한 순기능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구글의 인앱 결제 정책이 개선됐을 때를 전제로 하는 답변임을 친절히 설명해줬다.
“그래서 문제점이 뭔데?”라고 되물었더니 단 몇 초 만에 놀라울 만큼 직관적인 답을 내놨다. 제미나이는 구글이 인앱 결제 시 15~30%의 높은 수수료를 부과해 앱 개발자의 창작 의욕을 저하하고 중소 개발사의 부담을 키운다고 했다. 정책 변경 시 일방 통보하는 경우가 있어 개발자들이 예측하기 어려우며 자사의 결제 시스템만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외부 결제 시스템 사용을 제한해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데다 혁신적인 결제 방식 도입을 어렵게 만든다고도 짚었다. 사용자 측면에선 앱 개발자가 수수료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면 앱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먼저 묻지 않았는데 개선 방안도 척척 제시했다. 수수료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인하하고 정책 투명성을 강화하며 결제 시스템을 다양화하고 환불 절차를 간소화하라는 주옥같은 조언이 쏟아졌다.
이쯤 되니 제미나이 경쟁 모델 챗GPT의 유료 구독자로서 최신 버전인 챗GPT4o는 같은 질문에 뭐라고 할지 궁금증이 커졌다. 챗GPT4o는 제미나이 대비 간접화법으로 조심스럽게 대화를 이어갔으나 대체로 비슷한 맥락에서 답을 했다. 대안 제시 측면에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해 한발 앞선 느낌을 줬다. 일례로 소규모 개발사는 10% 이하, 중형은 15%, 대형은 20%, 구글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는 5~10% 등으로 구글이 더 세분화한 차등 수수료 정책을 펴야 한다고 ‘의견’을 담았다.
인앱 결제 정책에 반기를 드는 기업에 불이익을 주거나 차별적 혜택을 주는 식으로 회유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지 다소 민감한 질문을 던지자 제미나이는 “실제로 존재한다”고 했고, 챗GPT는 “그렇게 알려져 있다”고 했다. 구글이 스스로 ‘빠르고 효율적이면서도 정확도를 유지한 제품’이라고 치켜세운 최신 대규모언어모델(LLM) 제미나이2.0의 답변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또 궁금해진다. ‘수수료 갑질’의 오랜 논란에서 자유로워지는 길을 구글은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
김혜원 산업1부 차장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