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 못할 검은 연기가…” 부산 호텔 공사장 화재, 6명 숨져

입력 2025-02-14 19:01
5월 개장을 앞둔 부산 기장군의 고급 리조트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공사 현장에서 14일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솟구치고 있다. 뉴시스

오는 5월 부산에 문을 여는 최고급 리조트 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14일 오전 10시 51분쯤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있는 반얀트리 호텔 신축 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6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쳤다.

화재는 공사 중인 3개 건물 가운데 위치한 B동 1층에서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내부 수영장 인근에 쌓여 있던 단열재 등이 불에 타면서 급격히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이어 불은 B동과 C동 사이에 있는 로비동으로 확산했다.

화재 발생 당시 건물 내부에서는 100여명이 작업 중이었다. 이들은 불이 나자 지하통로나 옆 건물로 급히 대피했다. 건물 옥상에 고립된 노동자 14명은 30분가량 기다리다 헬기를 이용해 구조됐다. 그러나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6명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이들은 인테리어 자재에서 발생한 연기와 화염으로 1층 출입구가 막혀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 1명도 부상을 입었다.

소방헬기가 옥상으로 대피한 사람들을 구조하는 모습. 뉴시스

한 작업자는 “천장에서 불똥이 떨어져 작업자들이 소화기로 끄려 했지만, 불길이 잡히지 않았다”며 “검은 연기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뿜어져 나와 급히 피했다”고 말했다. 다른 작업자는 “경보기가 울려 처음에는 소방점검인 줄 알았는데, 1층에 연기가 심하게 퍼져 있었고,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불길이 급격히 번지는 것 같았다”고 당시 긴박한 순간을 전했다. 연기는 건물 지하 통로를 타고 빠르게 퍼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지하에서 작업 중이던 한 목격자는 “검은 연기가 보이자마자 ‘밖으로 대피하라’는 방송이 나왔다”며 급박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부산 기장소방서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사망자는 화재가 발생한 같은 장소에서 발견됐다”며 “출입구에 가연물이 많아 대피가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소방본부는 오전 11시 10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데 이어 정오쯤 대응 2단계로 진화 작업을 강화했다. 소방당국은 총 349명을 투입하고, 소방헬기 3대 등 127대의 장비를 동원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불은 2시간 40여분 만인 오후 1시 34분쯤 우선 진화됐다. 이후 내부 연기 제거 및 수색 작업이 이어졌다. 화재로 공사장 주변 도로와 관광지 일대가 한때 통제됐다.

불이 난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은 지하 3층, 지상 12층, 3개 동 규모의 최고급 리조트로 조성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