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르면 4월 초부터 비관세 장벽까지 고려한 ‘상호 관세’를 부과할 방침을 밝히자 세계 주요 무역국에 비상이 걸렸다. 앞으로 40여일 남은 협상 결과에 따라 미국과의 교역에서 관세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만큼 상호 관세가 부과된다 해도 낮은 관세율을 적용하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대외경제현안간담회에서 “(상호 관세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FTA를 맺고 미국산 공산품을 면세하는 한국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율을 대폭 높이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다만 비관세장벽 요인과 관련해선 “관계 부처가 전담반을 구성해 한국의 취약점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미국에 설명할 자료를 준비하는 등 철저히 대비하라”고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주의적 무역과 관세’ 각서에서 각국의 관세율은 물론 환율과 부가가치세·디지털서비스세 같은 비관세 장벽도 상호 관세 부과 요인으로 지목했다. 그중 부가세는 앞으로 펼쳐질 ‘관세 전쟁’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미국은 부가세를 부과하지 않지만 유럽에서는 평균 20%로 적용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부과하는 부가세를 불공정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10%의 부가세를 적용하는 한국도 트럼프 행정부의 표적이 될 수 있다.
한국이 미국과의 수입·수출에서 관세율 격차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캐나다 시장정보업체 비주얼캐피탈리스트는 “대미 수입·수출 관세율의 격차가 큰 국가일수록 상호 관세에서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한국을 지목해 “미국산 수입품에 13%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대미 수출품에는 1.9%의 관세율만 적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한국이 2007년 FTA를 체결한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지난해 평균 0.79%의 관세율만 부과했다”고 반박했다.
각국은 상호 관세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나섰다. 이날 백악관을 찾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030년까지 대미 교역량을 2배 수준인 5000억 달러로 늘리고, 미국산 석유·액화천연가스(LNG) 매입하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
앞서 일본 정부도 지난 7일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방미 정상회담 이후 1주 만에 트럼프 행정부와 의사소통을 재개했다.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날 “미국 정부의 생각을 들어야 한다. 양국 경제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상호 관세에 강경하게 대응하면서도 물밑 접촉으로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을 만나 “공정한 교역을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세종=이의재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