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공식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관련 지침을 담은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며 밝힌 내용은 두 가지 사실을 분명히 했다. 한국도 결코 예외가 아니라는 것과 길진 않지만 아직 한두 달 대처할 시간이 있다는 것. 통상 전쟁의 거친 파도를 넘으려면 정부뿐 아니라 정치권과 경제계가 함께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대미 관세를 대부분 철폐한 한국은 상호관세 안전지대에 가까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비관세장벽까지 전부 감안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환율, 부가가치세, 수출 보조금, 디지털 무역 장벽 등 미국 기업에 부담이 되고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이라 판단되는 모든 정책과 규제를 문제 삼겠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유럽 일본 한국 같은 동맹도 미국을 이용한다”며 한국을 특정해 언급했고, “미국의 무역적자가 큰 나라부터 관세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부가가치세 제도를 갖고 있고, 미국 기업들이 관련된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추진 중이며, 세계 8위의 대미 흑자국인 한국은 상호관세 부과의 앞 순위에 해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세계 무역전쟁 선전포고에도 뉴욕 증시가 오히려 상승한 것은 상호관세 부과 시점이 4월 이후로 잡혔기 때문이었다. 아직 시간이 있고, 국가별 맞춤형 부과 방식이라 협상 여지가 있다는 점이 낙관 요소로 작용했다. 세계 각국은 이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 총력전에 뛰어들고 있다. 이날 트럼프와 회담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부터 미국산 석유·가스 수입의 대폭 확대를 약속하며 설득에 나섰다. 4월까지 숱하게 이어질 ‘상호관세 정상외교’ 대열에서 한국은 철저히 소외될 처지다. 대통령 직무정지 상황에 톱다운 접근법이 어려워졌다.
하지만 우리는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대통령 탄핵과 정권 교체의 어수선한 상황에서 미국의 통상 공세를 방어해낸 경험을 갖고 있다. 경제력은 그때보다 월등히 성장했고, 조선·방산·원전·반도체 등 협상 카드로 활용할 전략 산업 역량을 갖췄으며, 비관세장벽 문제는 국내의 불필요한 규제를 혁신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위기를 기회로 바꿔내는 능력이다. 4월까지 주어진 시간을 적극 활용해 협상 전략을 다듬고 선제적 조치에 나서야 한다. 그러려면 권한대행 정부를 뒷받침할 정치권의 초당적 노력과 외교·경제·산업 분야의 역량을 한데 모으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