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발견] 작은 도시, 그 매력의 발견

입력 2025-02-15 00:35

올해는 다양한 지역에서의 콘텐츠 작업을 목표로 삼았다. 첫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바로 충남 서천이다. 작은 도시가 품은 가능성과 지역의 지속가능성에 주목해 왔다. 서천군 역시 인구 5만의 작은 도시이나 문화와 자연, 그리고 역사 속에 한껏 응축된 힘을 지닌 지역임에 틀림없다. 여행 기자일 때 늦은 봄부터 계절에 따라 마량포구 동백과 주꾸미, 한산 소곡주와 모시, 그리고 신성리 갈대밭 등을 소재로 이 도시를 드나들곤 했다. 이후에는 ‘시간이 멈춘 마을, 판교’라는 제목으로 소도시의 골목을 여행하는 컬럼을 써내기도 했는데, 오랜만에 새로운 프로젝트로 서천을 다시 마주하게 된 것이다.

프로젝트 대상지는 서천군 남쪽의 장항읍이다. 옛 장항선의 종착지이자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제련소로 인해 근대 산업 문화를 꽃피웠던 곳. 그러나 1980년대 들어 제련소의 가동이 멈추고 서천읍에 도심의 주요 기능을 내어주고는 이내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른바 근대 도시의 태동과 성장, 후퇴기를 고스란히 겪은 지역. 한동안 깊은 잠에 빠진 듯했던 장항에 다시 활기가 돌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2021년 장항읍을 포함해 서천을 둘러싼 68.09㎢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이듬해부터는 본격적인 도시 재생 사업이 시작돼 지역의 유휴 공간이 시민을 위한 문화 공간 등으로 문을 열었다. 그에 따라 지역의 고유한 자원들로 비즈니스를 만들어가는 청년 창업자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았다. 서천군의 생태적 자원의 가치를 연구하고 소개하는 국립생태원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도 차례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서천 갯벌을 둘러싼 길이 1.2㎞의 송림, 숲과 바다를 잇는 스카이워크 산책로는 서천 사람들에게 큰 자랑이 됐다.

우리가 올해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주 무대가 바로 장항읍과 송림이다. 서천의 멋짐을 발견할 청년 창작자들이 지역에 머무르며 지역을 경험하는 레지던시를 만들면, 그들을 통해 송림에 멋진 예술작품들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흔히 도시가 재미있어지려면 청년과 이방인과 괴짜가 필요하다고 한다. 지역 사람들이 오래도록 쌓아온 일상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이방인 청년들의 생각이 다시 지역 안에 문화와 예술의 방식으로 펼쳐지면, 그 과정을 통해 청년 크리에이터와 지역이 새로운 관계를 맺고, 그 결과물인 작품을 만나는 방문객들이 지역과 또 다른 관계를 맺을 것이다.

엊그제 프로젝트 킥오프 행사로 서울 명동에서 ‘인구 5만의 도시가 문화예술로 브랜딩하는 방법’이라는 주제의 포럼을 열었다. 포럼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작은 도시가 문화 예술로 인구 소멸을 막을 수는 없다. 다만 그 속도를 현저히 늦출 순 있다고. 지역의 매력은 발견돼야 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세상에 발현돼야 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 지역의 미래에 관한 더 많은 질문과 논의가 오가야 할 때다.

고선영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