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형철
내 뒷모습은 나 자신의 절반인 것인데
사이도 좋게 딱 반반씩 나눈 것인데
번번이 앞모습만 매만졌다
벽에 의자에 침대에 바위에 나무에 너에게
툭하면 앉고 기댄 탓에
세상의 소란 다 삼킨 채
짓눌린 나의 뒤여
아무것도 가질 수도 만질 수도 없이
잠잠한 그늘만 드리운 뒤야말로
응당 앞이 아닐까 하는 생각
뒤라고 알고 지낸 많은 것들이
실은 진짜 앞이 아닐까 하는
- 걷는사람 시인선 100호 기념시집 ‘시 읽는 일이 봄날의 자랑이 될 때까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