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는 젊은 소비자들의 먹거리 취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채널로 자리 잡았다. ‘꼭 사야 할 상품’ 등의 제목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넘쳐나는 식품 콘텐츠 중에서도 최근 고기보다 큰 크기의 ‘버섯 스테이크’가 유명세를 얻고 있다.
일명 ‘트레이더스 버섯’으로 잘 알려진 ‘설원버섯’은 개당 200g에 달하는 큰 크기가 시선을 압도한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국산 품종으로 국내 두 곳의 농장에서만 재배가 이뤄진다. ‘눈 내린 평원’을 연상시키는 희고 널찍한 형태의 설원버섯이 재배되는 경기 여주시의 농업법인 ‘산촌들’에 지난 12일 방문했다.
단지 내 9개의 재배동마다 각각 톱밥과 종균을 넣은 원통형 배지 1만4000여개에서 설원버섯이 자라고 있었다. 배지를 바닥이 아닌 벽면에 꽂아 누운 자세로 키워야 더 널찍한 형태를 갖출 수 있다는 점을 알아내 특허도 취득했다. 18~20일간 배지 1개당 가장 큰 버섯 1개만 남기며 솎는 작업을 하면 어른 손바닥 크기(15~20㎝)의 설원버섯을 얻을 수 있다. 온·습도에 민감한 버섯은 신품종을 재배하기가 어려운 작물로 꼽힌다. 설원버섯 역시 수차례 실패를 딛고 시설 자동화를 통해 상품화에 성공했다.
트레이더스는 창고형 할인점 특색에 맞게 점보 사이즈의 신품종을 도입해 월 매출 5억원의 주력 상품으로 키웠다. 오프라인의 강점을 살려 매장에서 시식 행사를 적극 펼치면서 입소문을 탔다. 박현식 대표를 비롯한 ‘산촌들’의 경영진이 직접 트레이더스 매장에 나가 고객들에게 최적의 조리법을 소개하는데, 버섯 상품으로는 보기 드문 시식행사에 소비자들은 걸음을 멈춘다. 신품종에 낯선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다. 실제로 시식 후 구매했다는 후기가 상당하다.
“소고기가 부위마다 맛이 다르듯 설원버섯도 부위마다 식감이 달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씹을수록 고소한 버터 향과 고기 같은 쫄깃함이 특징인데, 대체육을 찾는 비건 고객들에게도 인기가 많습니다.”
이마트·트레이더스는 지난해 10월 여주의 재배시설이 완공된 이후 생산량을 늘려 전 지점에서 본격적으로 판매 확대에 나섰다. 특히 대용량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많은 트레이더스에서 판매 첫 주부터 새송이·팽이 등을 제치고 버섯 전체 상품 중 매출 1위를 달성했다. 이마트에서는 1팩(400g)에 4980원, 트레이더스에서는 1팩에(1㎏)에 9980원에 구매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설원버섯의 흥행에 이마트·트레이더스와 쌓아온 신뢰가 깔려있다고 말한다. “설원버섯은 재배 초기 다른 지역에서 재배를 시작했지만 환경이 맞지 않아 실패했습니다. 품질이나 시장의 반응이 불안정한 상황이었지만 국산 신품종인 설원버섯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판로를 열어준 트레이더스 덕분에 최적의 재배 조건을 연구해 새 시설을 구축할 수 있었죠.”
버섯은 국내에서 소비되는 주요 작물 중 외국산 품종 사용료(로열티)가 가장 비싸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19~2023년 해외로 빠져나간 버섯의 종자 로열티는 159억5000만원으로, 장미(103억9000만원)와 키위(89억5000만원)를 넘어선다.
설원버섯이 특히 트레이더스에서 인기를 끈 요인으로는 ‘거거익선’ 트렌드에 초점 맞춘 것이 주효했다. 이마트·트레이더스 황용호 버섯 바이어는 설원버섯의 품질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산지를 수시로 방문하고 있다.
“누구나 똑같이 판매하는 상품은 경쟁력이 없습니다. 소비자 선호에 맞춰 변화된 식재료를 제공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앞으로도 창고형 매장인 트레이더스 특성에 맞춰 상품 차별화에 나설 계획입니다.”
여주=글·사진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