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을 강화하고 있는 유통업계가 ‘K품종’의 과일·채소에 주목하고 있다. 국산 품종명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펼치면서 이들 품목의 판매량도 늘어나고 있다.
K품종이 활약 중인 대표 품목으로는 ‘썸머킹’을 필두로 한 사과가 꼽힌다. 썸머킹은 국내 소비자들에 ‘아오리사과’로 잘 알려진 일본 사과 품종인 ‘쓰가루’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국산 품종이다.
16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농협에서 출하량 증가율이 높은 상위 5개 사과 품종으로 아리수, 썸머킹 등 국내 신품종이 이름을 올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썸머킹은 당도가 높고 과육이 단단한 데다 가격이 저렴해 앞으로도 햇사과 시즌에 이 품종을 지속적으로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슈퍼는 다양한 국산 품종 농산물을 발굴해 소비자들에게 소개하는 ‘K품종 프로젝트’를 2020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외국산 품종 사용료(로열티)를 줄이고 국산 품종의 판로를 넓혀 재배 농가의 수입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19~2023년 해외로 지급된 종자 로열티는 총 454억원에 달했다. 연간 약 100억원에 이르는 비용이 종자 로열티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썸머킹을 비롯해 ‘블랙위너수박’ ‘은향딸기’ 등 약 20여개의 K품종 과일을 판매했다. 전체 K품종 과일 상품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5% 이상 증가했다.
겨울철 판매량이 많은 딸기 품목에서는 은향딸기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롯데마트가 지난해 12월 처음 선보인 은향딸기는 단단하고 당도가 높은 ‘대왕’과 ‘두리향’을 인공 교배한 품종이다. 충남 딸기연구소에서 2021년 새로 출원했다. 설향 딸기 대비 당도가 약 15% 높다.
과일 중 해외로 빠져나가는 종자 로열티가 가장 높은 품목은 키위다. 감황(제주하트골드키위), 골드원 등 국산 품종의 키위가 유통 채널을 통해 소비자들과 만나고 있다. 제주하트골드키위는 하트와 비슷한 과실 모양을 띠고 있으며 다른 품종보다 크기가 크고 18~19브릭스의 당도 높은 품종이다.
채소에서도 K품종이 주목받고 있다. 금왕감자, 소담미 고구마 등 롯데마트에서 판매한 주요 K품종 채소 5종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5% 늘었다.
오뚜기와 풀무원 등 식품업계도 국산 품종 식재료를 활용한 상품을 출시하거나 국산 종자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종자 주권 확보를 위한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품종 과일과 채소의 매출 신장은 ‘국산 품종은 안전하고 믿을만하다’는 신뢰가 소비자들에게 크게 작용한 결과”라며 “K품종 작물의 보급이 확대될수록 로열티 부담이 줄어들어 농가 수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