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에 손 내민 이재명, ‘통 큰 통합’ 공감… 개헌엔 이견

입력 2025-02-14 02:0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13일 국회 본관 식당에서 만난 뒤 서로 발언 순서를 양보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친문(친문재인)계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만나 “함께 가자”고 손을 내밀었다. 비명(비이재명)계의 ‘당 통합 행보’ 요구에 화답하는 취지다. 다만 비명계 일각에서 “말뿐인 화합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내홍 불씨는 여전한 상황이다.

이 대표와 김 전 지사는 국회 본청 내 식당에서 단둘이 회동했다. 김 전 지사가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해 12월 5일 독일 유학 중 귀국해 이 대표를 만난 지 두 달여 만이다.

이 대표는 배석자 없이 80분가량 진행된 비공개 대화에서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 봉합 노력, 오프라인 당원 토론 공간 확대, 주요 정책에 대한 당내 의견 수렴 강화 등 김 전 지사의 제의 상당수를 수용했다. “통 크게 통합해서 민주주의를 지켜나가자”는 언급도 했다고 한다. 다만 개헌 필요성을 두고는 이견을 보였다. 김 전 지사가 국가 원수 조항, 비상계엄 조항 등을 먼저 바꾸는 ‘2단계 원포인트 개헌’을 제시했으나, 이 대표는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고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대표는 공개 발언에서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데,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더 크고 넓은 길을 가야 할 것 같다”며 “(이에 대한) 지사님의 (그동안의) 지적이 완벽하게 옳다”고 말했다. 이어 “헌정 수호, 내란 극복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이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며 ‘헌정 수호 대(大)연대’ 구축에 김 전 지사가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 전 지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을 죽이려는 세력과도 손을 잡고 첫 정권교체를 이뤄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힘을 합칠 수 있는 모든 세력을 아울러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또 “이번에 정권을 교체하지 못하면 우리 모두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며 “이 자리가 통 큰 통합의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다만 이 대표 앞에서 ‘팬덤정치’ 등 현재 민주당의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다른 목소리를 용납하지 않는 극단과 배제의 논리는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며 “다양성을 구현하는 정당 시스템, 정당 민주주의를 만들어 팬덤정치 폐해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체성이나 노선을 바꾸는 정책은 민주적 토론과 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이 대표의 최근 ‘우클릭’ 행보도 겨눴다.

이날 회동은 이 대표가 비명계를 끌어안는 첫발 성격이 있다. 다만 조기 대선 국면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당내 갈등 양상이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각자도생’ 기류도 보이고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날 광주를 찾아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니고 민주당의 이재명, 민주당의 김동연, 민주당의 김경수, 민주당의 김부겸, 다 같이 더 큰 민주당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18일 ‘희망과 대안 포럼’이란 비명계 주자 연대 플랫폼 출범도 예고돼 있다.

이동환 송경모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