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계속된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 됐다. 모녀와 형제 측으로 나뉘어 지난하게 이어졌던 오너가 분쟁은 모녀 측 승리로 끝났다. 한미약품그룹은 향후 경영 안정화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그룹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는 13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공시했다. 임종훈 대표이사는 사임했다. 송 신임 대표의 선임은 이날 이사회에서 참석 이사 6명의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에는 이사 총 7명 중 임 전 대표를 포함해 6명이 참석했다. 임 전 대표의 사외이사직은 유지된다.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작고 후 오너일가의 상속세 부담이 컸던 지난해 초 불거졌다. 송영숙 회장과 딸 임주현 부회장이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등 형제 측이 이에 반발하면서다.
이 과정에서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회장은 모녀로부터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매입하며 지분을 키웠다.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까지 합류해 4인 연합을 결성하면서 분쟁이 본격화했다. 당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각각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신동국 회장·라데팡스파트너스 측 인사 5명과 형제 측 인사 5명, 총 10명으로 구성돼 팽팽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임종윤 이사가 보유 지분 일부인 5%를 신동국 회장 등 4인 연합에 매도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종식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임종윤 이사의 매도로 4인 연합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54.42%를 확보하면서 지분율 면에서도 21.86%를 보유한 형제 측을 압도했다. 사실상 마무리 수순을 밟은 셈이다. 형제 측 인사인 사봉관 사외이사, 권규찬 기타비상무이사가 지난 11일 사임하고 이튿날 임종윤 사내이사가 사임하면서 갈등 봉합에 속도를 내게 됐다. 13일 이사회에서 대표이사가 바뀌면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4인 연합이 장악하게 됐다.
송 대표이사는 그룹 조직을 재정비해 경영을 정상화하는 일에 매진하기로 했다. 이날 이사회 종료 후 송 대표는 아들인 임종훈 전 대표를 현장에서 안아주며 “고생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대표는 “앞으로도 창업주 가족의 일원으로 회사를 위해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체제 정비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 이후 공식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