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업체가 작은 차급의 전기차 출시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초기의 ‘얼리어답터’ 중심 수요가 주춤하자 대중 모델 중심으로 판매 전략을 전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저가 전기차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 업체에 대한 위기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13일 준중형 전기 세단 EV4(사진)와 콤팩트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2 콘셉트카의 티저 이미지와 영상을 공개했다. 기아의 4번째 전용 전기차인 EV4는 소형 전기 SUV EV3와 함께 전기차 대중화를 이끄는 역할을 맡는다. EV2는 유럽시장을 겨냥한 보급형 전기차다. EV3보다 작다. 이달 말 스페인 타라고나에서 열리는 ‘2025 기아 EV데이’에서 신차가 공개된다.
폭스바겐은 지난 5일(현지시간) 독일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미래 엔트리급 전기차 디자인을 처음 공개했다. 가격은 2만 유로(약 2990만원) 정도로 책정할 계획이다. 소형 전기 SUV인 ID.2all과 함께 보급형 전기차 시장을 공략한다. 폭스바겐은 이보다 더 작은 ID.1을 포함해 신차 9종을 2027년까지 출시하겠다는 목표다. 토마스 셰퍼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새로운 플랫폼에 기반한 차세대 순수 전기 골프와 전기 티록(T-Roc)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도 올 상반기 소형 해치백 모델Q(가칭) 출시를 앞두고 있다. 가격은 3만 달러(약 4342만원) 선에서 책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BYD의 소형 전기 SUV 돌핀을 겨냥한 모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소형 전기차 ‘볼트EV’를 출시한다. 혼다는 전기차 라인업 ‘제로’ 시리즈에서 3만 달러 미만 소형 모델을 출시하기로 했다. 르노는 지난해 10월 파리 모터쇼에서 공개한 소형 전기차 르노4 E-Tech를 올해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작은’ 전기차 경쟁은 이미 불이 붙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7월 캐스퍼 일렉트릭을 시장에 내놨다. 현대차 최초의 경형 전기 SUV다. 출시 3개월 만에 판매량 5000대를 돌파했다. 지난 3일엔 볼보가 소형 전기 SUV EX30을 한국시장에 출시했다. 시장주도권을 중국에 뺏기고 있다는 위기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초기엔 얼리어답터 성향 구매자가 전기차 판매를 이끌었는데 요즘엔 ‘살 사람은 다 샀다’는 말이 나온다”며 “대중적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술 경쟁을 넘어 가격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