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종착역에 가까워질수록 심판정 안팎의 갈등이 확대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의 장본인인 대통령이 지지층 여론 규합에 몰두하며 ‘야당 탓’ ‘헌법재판소 탓’을 하는 것이 일차적 원인으로 지적되지만, 국회의 탄핵소추권 남용과 헌재를 둘러싼 여러 잡음도 꾸준히 거론된다. 헌재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든 한쪽은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만큼은 사회 각계의 의견이 일치한다.
윤 대통령 측은 13일 헌재가 전날 최재해 감사원장의 탄핵심판 변론을 단 1회로 종결한 것과 관련해 “거대 야당의 탄핵소추권 남발”이라는 입장을 냈다. 앞서 최 원장은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관련 정보를 주한 중국무관에게 전달했다고 보고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는데, 야당은 “전 정권 공직자들을 표적 삼았다”며 최 원장을 탄핵심판에 넘겼다. 윤 대통령 측은 이를 문제 삼으며 “간첩행위에 대한 수사 의뢰조차 탄핵이라는 정치적 수단으로 저지하는 반국가세력의 실체를 확인했다”며 비상계엄 선포 조치를 합리화했다.
헌법학계에서는 윤 대통령 측이 강조하는 야당의 탄핵소추권 남발과 예산안 삭감은 계엄 요건인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다만 “오죽하면 대통령이 그랬겠느냐”는 탄핵 반대 진영의 성토 역시 이어지고 있다. 여권은 비상계엄이라는 형식까지 옹호하지는 못하면서도, 그 원인을 야당이 제공했다는 항변은 계속해 왔다. 한 여권 관계자는 “최근의 여야 지지율 동향은 계엄 이후에야 야당의 행태들이 알려진 결과로도 보인다”고 주장했다.
극심해진 사회적 분열 속에서 헌재의 신뢰 문제도 거론된다. 공정성보다 신속성에 무게를 둔 재판 진행이 엿보이며, 이러한 모습이 여론의 대립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헌재는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와 달리 증인신문 시간을 제한했는데, 윤 대통령 측은 핵심 쟁점인 ‘국회의원 체포 지시’ 관련 증언들이 바뀌는 상황에서 충분한 진실 발견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헌법재판관과 야권 유력 정치인의 소셜미디어 소통이 드러나는 일, 재판관의 친인척이 대통령 파면에 대해 선명한 정치적 입장을 피력한 일 등도 8년 전에는 없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여권의 과도한 ‘헌재 흔들기’라는 지적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소추위원과 다퉈야 할 피청구인이 정작 헌재와 싸운다는 비판도 있다. 국회 측은 윤 대통령 측을 향해 “헌재를 향한 노골적인 협박, 대중의 불복과 폭력적 대처를 선동한다”고 비판했다. 국회 측은 “그 결과 우리 사회가 최근 두 개 그룹으로 나뉘어 증오와 분노의 언어를 쏟아내고 있다”며 “시대착오적 비상계엄 선포를 엄호하기 위해 일부 지지세력을 부추겨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행동을 중단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정 공백의 시급성 등을 고려할 때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형사소송 결과 이전에 서둘러 하는 것은 불가피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다만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의 경우 진영에 따른 4대 4의 결론으로 ‘정치적 결정이 아니면 뭐냐’는 비난이 있었다”며 “헌재는 주어진 권한을 행사해서 결정만 내리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결정을 국민들이 납득하고 수용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