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차게 식으면서 강달러·고환율 상황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 강세에 국내 물가마저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오는 25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3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다음 달 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97.5%다. 한 달 전에는 0.25% 포인트 인하 확률이 23.8%였는데 2.5%로 급감했다.
변화의 배경엔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가 있다. 전날 미 노동부는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1월보다 3.0%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월(2.9%)은 물론 시장 예측치(2.9%)보다 높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3.3% 뛰었다.
금리 인하 기대가 꺾인 데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발언도 반영됐다. 그는 “지난해 인플레이션은 2.6%로 큰 진전을 이뤘지만, 아직 충분치 않다”며 사실상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른 연준 인사들도 1월 물가에 대해 “정신이 번쩍 드는 지표”라며 통화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장에선 연준이 금리를 비교적 오랫동안 동결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달 CPI는 트럼프발 관세 정책이 반영되기 전 지표로 투자자와 소비자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계속 올라가는 추세다. 이에 유럽에서도 ‘관세 전쟁’을 우려해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은으로서는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국내 경기만 보면 기준금리를 낮추는 게 맞다. 한은 금통위원들도 여기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미국과의 금리 격차나 달러와의 상대적 통화가치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연준보다 인하 속도가 빠르면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계속된 고환율 상황에 물가 불안이 커지고 있는 점도 변수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를 기록했다. 4개월간 이어진 1%대 안정세를 벗어나 목표치(2.0%)를 상회했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지수도 122.03(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7%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0.5% 포인트 높은 수치로 지난해 1월(3.2%) 이후 1년 만에 가장 크게 뛰었다. 오징어채(22.9%)를 비롯해 맛김(22.1%) 김치(17.5%) 시리얼(14.7%) 유산균(13.0%) 초콜릿(11.2%) 등이 줄줄이 올랐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물가 상승 압력까지 한은 입장에서 고민스러운 상황은 맞다”면서도 “다만 추경이라도 되면 모를까 현재 경기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이번엔 금리 인하에 좀 더 무게를 두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황인호 양민철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