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인 DL이앤씨가 대기발령 규정 신설을 추진하면서 인력 감축 ‘칼바람’을 우려한 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측이 규정 신설에 필요한 직원 동의를 받는 과정에도 절차상 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 대기발령은 회사가 특정 직원에게 일을 주지 않음으로써 일정 기간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게 하는 조처다.
DL이앤씨는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취업규칙 개정안에 대한 직원 동의를 받았다. 개정안에는 경영상 필요가 있는 경우 직원을 대기발령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는 징계, 불성실 등 직원 개인의 귀책 사유와 무관하게 회사 사정에 따라 직원들을 대기발령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회사는 대기발령을 받은 직원에겐 직무 수행 관련 수당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적었다.
일부 직원들은 신설 조항이 사측의 인력 구조조정에 이용될 가능성을 걱정한다. 회사가 해고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기 어려운 직원들을 ‘경영상 필요’ 명분으로 대기발령 냄으로써 직원 스스로 회사를 떠나도록 압박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인력 감축 의도는 전혀 없고, 경영상 필요도 합법적인 대기발령 사유”라고 설명했다.
취업규칙 개정엔 직원 과반의 동의가 필요하다. 각 부서에서는 개정안에 동의하는 직원만 빈칸에 이름을 적는 방식으로 절차가 진행됐다. 일부 부서에서는 부서장이 제일 먼저 동의 서명을 적고 서류를 돌렸다. 직장갑질119 소속 박성우 노무사는 “대법원은 일관되게 취업규칙 변경 동의 절차에서 사용자의 개입을 배제해야 한다고 판시했다”며 “회람 자체가 각 부서원이 어떤 결정을 했는지 노출될 수밖에 없는 방식인 데다, 부서장이 자신의 의사를 먼저 밝힌 행위는 향후 취업규칙 개정 무효화의 핵심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DL이앤씨 측은 “공문, 부서장 대상 메일 등을 통해 직원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시 보장 및 미동의 의사 존중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