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으로 가는 ‘SMR 선박 시대’ 성큼

입력 2025-02-14 01:22

국내 조선업계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Small Modular Reactor) 선박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를 앞두고 SMR이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으면서 이를 선박 추진체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본격화하는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12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휴스턴 해양 원자력 서밋’에서 SMR 기술을 적용한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 설계모델(조감도)을 최초 공개했다. SMR은 대형 원전보다 소형으로 설계된 원자로로, 구성품을 여러 개의 작은 단위(모듈)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한다. 이를 통해 건설 비용과 기간을 절감할 수 있다.

SMR 선박은 기존 엔진의 배기 기관이나 연료탱크가 필요하지 않다. 수소·암모니아·메탄올 등 다른 무탄소 추진체는 선박 내 대형 저장탱크가 필수지만, SMR 선박은 별도 연료탱크 없이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이 공개한 SMR 선박 역시 기존 기관실 공간을 컨테이너 적재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설계해 경제성을 높였다. 또한 해양으로 방사선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스테인리스강과 경수(원자로에서 냉각재 및 중성자 감속재로 사용되는 물)를 적용한 이중탱크 방식을 도입해 안전성을 확보했다.

패트릭 라이언 미국선급(ABS) 최고기술경영자는 “원자력 추진선은 탄소중립 시대에 조선업계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ABS와 HD한국조선해양이 해상 원자력 기술 상용화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다른 조선사도 SMR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6일 한국재료연구원과 원자력·초극저온 소재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용융염원자로(MSR) 관련 소재 및 제조기술 개발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화오션은 2020년 한국전력기술과 해양 원전 기술개발 협력을 맺고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소형 원자로라도 원자력을 사용하는 만큼 해상사고 발생 시 안전성을 담보할 철저한 대책이 필수적이다. 백부근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지능형선박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SMR을 선박에 적용할 경우, 해상사고 발생 시 원자로의 안전성을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검증해야 한다”며 “선박 내 구획별 차폐(방사선이 외부로 퍼지는 것을 막는 것) 최적화, 방사선량 모니터링 등 방사능 대응 체계를 포함한 개념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RISO는 2028년까지 SMR 추진 선박의 핵심 기술 개발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