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징역 7년 선고됐지만… 檢 ‘50억 클럽’ 규명 난항

입력 2025-02-13 19:00 수정 2025-02-14 00:19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 사건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윤웅 기자

이른바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박 전 특검이 대장동 민간업자를 돕는 대가로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 자금 3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50억원을 받기로 약정한 혐의 등 나머지 혐의에는 무죄가 선고됐다. 곽상도 전 의원에 이어 박 전 특검 사건에서도 굵직한 혐의에 무죄가 선고되면서 검찰이 ‘50억 클럽’ 의혹 진상 규명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김동현)는 1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 전 특검에게 징역 7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양재식 전 특검보에게는 징역 5년과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박 전 특검은 보석이 취소돼 법정구속됐다. 양 전 특검보도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서 공정한 직무집행이 강하게 요구되는 지위에 있었음에도 사적 이익을 위해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며 “금융회사 임직원의 청렴성·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박 전 특검이 2014년 민간업자들로부터 우리은행의 대장동 사업 컨소시엄 참여를 청탁받았고 그 대가로 변협회장 선거자금 명목의 현금 3억원을 수수했다는 점을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민간업자들의 컨소시엄 참여 청탁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건물 등 200억원을 약정받은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구체적 가액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간업자 측이 대출용 여신의향서 발급을 청탁하고, 그 대가로 50억원 지급을 약속했다는 혐의도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5억원을 받은 뒤 이를 다시 화천대유에 투자해 50억원을 받을 근거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5억원 수수 시점에 박 전 특검이 사실상 퇴임 상태였던 점 등을 무죄 근거로 들었다. 박 전 특검이 화천대유에 근무하는 딸을 통해 약정한 50억원의 일부로 11억원을 받은 혐의도 “두 사람이 경제공동체라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판결했다.

이번 사건은 이른바 ‘50억 클럽’ 관련자 중 세 번째 1심 판결이다. 앞서 곽 전 의원은 아들 퇴직금 등 명목으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김씨로부터 50억원을 빌렸다가 이자를 면제받은 혐의를 받은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은 지난달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50억 클럽’ 멤버로 지목된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에 대해선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곽 전 의원에 이어 박 전 특검도 ‘50억 의혹’에 무죄를 선고 받았고, 권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권 전 대법관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하지 않고 변호사 활동을 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