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신호탄 울렸다”… 국내 기업들, 재건사업 진출 잰걸음

입력 2025-02-14 01:21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에 시동이 걸리며 국내 기업들의 재건 사업 진출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특히 재건 사업에 필수적인 건설기계, 인프라 관련 업체 등은 현지 사무소를 설립하고 지방정부와 소통을 강화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그룹의 건설기계 부문 계열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전후 복구 지원 참여를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 측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협력 거점은 지난해 9월 설립한 키이우 지사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산하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는 2004년부터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굴착기, 휠로더 등 제품을 판매해왔지만 키이우 지사 설립 전까지는 유럽 법인을 통해 사업을 전개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전후 빠른 인프라 재구축을 위한 건설기계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내 피해가 큰 미콜라이우주 등 지방정부와 복구 사업 협력을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관계자는 “장비 도입 경로, 장비 수요 등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항 인근에 곡물 터미널을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국내 1위 아스콘(아스팔트 콘크리트) 전문기업 SG는 업무협약(MOU)을 맺고 우크라이나 도로 재건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인프라 재건·개발국은 지난달 포스코인터내셔널과 SG 우크라이나 사무소 대표단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를 통해 올해 1분기 내 현지 도로 일부 시범 구간에 SG 기술이 적용된 도로 코팅 공법으로 도로포장을 완료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3년 미콜라이우주와 모듈러 제조시설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건설사의 재건 사업 참여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미 현대건설은 우크라이나 보리스필 국제공항공사와 공항 재건·확장사업을 위한 MOU를, 삼성물산은 리비우시와 스마트시티 개발 MOU를 각각 체결했다.

우크라이나는 4년째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며 기반 시설이 상당수 훼손된 상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의 80%가 러시아의 공격에 파괴됐다고 밝혔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2월 발표한 제3차 급속 피해 및 수요 평가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의 전후 복구 및 재건에 향후 10년간 4860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며 수천억 달러가 추가로 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의 협상력도 중요하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개별 기업보다는 정부 차원에서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큰 탓이다. 지난달 22일 정부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추진 현황을 공유하고 한국 기업의 향후 재건시장 진출 지원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첫 공개회의를 가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부처와 관계 기관, 협회 등이 프로젝트를 가져와야 민간 기업들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