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이 폐막을 하루 앞두고 금빛 행진을 이어갔다.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에서 정상을 차지한 김건희(17·사진·시흥매화고)를 비롯해 이번 대회에선 유독 2000년대생 ‘Z세대’ 선수들이 존재감을 빛냈다. 이들의 활약을 앞세워 대회 종합 2위를 유지한 한국은 1년 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에서의 전망을 밝혔다.
김건희는 13일 중국 하얼빈 시내에서 200㎞가량 떨어진 야부리 스키리조트에서 예정됐던 대회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결선이 강풍으로 취소되면서 예선 성적 78점으로 1위를 확정했다. 2022년 5월 처음 태극마크를 단 김건희는 첫 메이저 대회 메달을 금빛으로 물들였다.
김수철 스노보드 대표팀 감독은 국민일보에 “경기장 안에 회오리가 칠 만큼 바람이 거세 결선 취소를 어느 정도 예상했다”며 “악천후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해왔고 선수들 기량도 전체적으로 많이 올라온 상태다. 이대로라면 밀라노에서도 금·은·동을 모두 기대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사실 이 종목 기대주는 지난 8일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에서 ‘깜짝 금메달’을 획득한 이채운(19·수리고)이었다. 주 종목 하프파이프에서 2관왕까지 노렸던 그는 예선에서 6위에 그친 후 결선 무대가 취소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결과가 다소 아쉽지만 이채운이 하프파이프 종목 최강자인 건 변함 없다. 2023년 국제스키연맹(FIS) 세계선수권 하프파이프에서 한국 최초이자 역대 최연소(16세 10개월) 우승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이번 대회에선 주 종목 외에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불모지로 꼽혔던 프리스키계에도 또 하나의 별이 탄생했다. 이승훈(20·사진·한국체대)이 종목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새 역사를 썼다. 이번 대회에선 자신이 가진 최고난도 기술을 선보이지 않고도 금메달을 따내 밀라노에서도 시상대를 노려볼 만하다.
한국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띠는 빙속 종목에서도 어린 선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쇼트트랙 김길리(21·성남시청)가 2관왕을 차지하며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세대교체 합격점’을 받았다. 이번이 생애 첫 아시안게임이었던 김길리는 2000m 혼성 계주와 여자 1500m에서 정상에 섰고, 500m와 1000m에서도 은메달을 따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선 이나현(20·한체대)의 발견이 가장 큰 소득이다. 중국이 자국 특혜를 주기 위해 신설한 100m 단거리 종목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내더니, 팀 스프린트에서도 대표팀과 금메달을 합작하며 2관왕에 올랐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