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연쇄 통화를 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중재에 착수했다.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으로 발발한 전쟁이 개전 3년을 앞두고 최대 분수령을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알리며 “우리는 전쟁으로 발생하는 수백만명의 사망자를 막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푸틴과 상호방문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며 “우리는 양측 협상팀이 협상을 즉각 개시하도록 하는 데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종전 협상팀 명단도 발표했다. 트럼프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에게 협상을 이끌라고 지시했다”며 “협상이 성공할 것이라는 강력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푸틴의 통화가 공개된 것은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20년 7월 이후 처음이다. 크렘린궁도 이날 푸틴과 트럼프가 1시간30분간 통화하며 전쟁의 평화적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곧이어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알리며 “그는 푸틴처럼 평화를 이루고자 한다. 이 어리석은 전쟁을 멈출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종전 협상에 팔을 걷었지만 우크라이나 입장보다는 러시아 입장을 크게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군사적 지원에 집중했던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는 즉각적인 종전을 주장해 왔다. 트럼프는 이날 통화 직후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문제와 관련해 “나는 그것이 실용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도 ‘거래’의 관점으로 보고 있다. 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군사지원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며 희토류 등 전략 광물을 우크라이나에 요구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이 트럼프에게 “전쟁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결국 러시아 입장이 대폭 반영되는 방향으로 종전 협상이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이는 우크라이나와 서방 측에 광범위한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신호로 해석된다”며 “현재 우크라이나는 협상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