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한 뒤 “종전 협상을 즉각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14∼16일 열리는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JD 밴스 부통령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만날 것이라고 언급해 이 자리에서 전쟁 종식 시나리오가 발표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3년가량 이어지며 수많은 사상자를 초래하고 글로벌 경제에 불안감을 가중시킨 우크라이나전이 마무리 단계에 도달한 건 다행이다.
종전은 대규모 재건 사업의 시작이기에 우리로서도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한국 경제는 내수 부진, 미국발 관세 폭탄, 중국의 저가 공습에다 계엄 사태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란 우리만의 악재가 더해지며 위기에 놓였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기존보다 대폭 하향한 1.6%로 내다봤다. 지난해 소매판매는 21년 만에, 지난달 구직자 한 명당 일자리수는 외환위기 이후 최저였다. 소비, 고용, 거시지표 모두 악화일로다. 이런 가운데 건물, 도로, 전력망 등에서 10년간 9000억 달러(약 1300조원)의 규모로 추산되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은 제조업, IT 강국인 한국의 경제 재도약 계기가 될 수 있다.
재건사업 참여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다행히 우리는 우크라이나와의 소통과 협력에 일찍부터 적극적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년 전 23억 달러 상당의 우크라이나 지원 패키지를 내놨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 측에 원전, 방산, 자원개발, 재건의 4대 분야 지원을 직접 요청했다.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리튬 광산 공동 개발과 바이오 협력을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전쟁의 참화를 딛고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부상한 한국 성장의 스토리는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와 기업은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재건 사업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과의 의견 조율에 적극 나서는 외교적 노력도 중요하다. 다만 우리 경제의 저력과 국난 극복의 노하우가 뛰어나다 하더라도 리더십 부재와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 한다면 상대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탄핵 국면의 빠른 마무리와 신속한 국정 안정은 대외 사업에도 필수다. 혹여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차기 정부가 윤석열정부의 우크라이나 협력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약속도 필요하다. 이념적 성향에 따라 이전 정부 정책을 뒤집곤 하는 난맥상을 반복할 만큼 우리 현실은 한가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