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2021년부터 이어온 ‘영업이익 4조원’의 벽이 무너졌다. 최근 통신업계 희망 퇴직자 수가 크게 늘면서 위로금 등 인건비 지출이 커진 게 저조한 실적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일회성 비용을 털어낸 이동통신 3사가 올해부터 인공지능(AI) 사업 수익화에 속도를 내면서 실적 개선을 이뤄낼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의 지난해 연결 매출은 58조9970억원, 영업이익은 3조4960억원으로 집계됐다. 총 매출은 전년 대비 1% 성장하는 수준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20.6% 감소했다.
KT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0.2% 증가한 26조4312억원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는 1998년 상장 이후 역대 최대 매출이다. 반면 영업이익은 8095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반토막났다. 높은 매출에도 1조원 가량의 희망퇴직 인건비가 지출된 것이 영업이익이 급감 원인으로 지목된다. KT는 지난해 자회사 ‘KT 넷코어’와 ‘KT P&M’을 세운 뒤 본사 인력 일부를 이동시켰다. 이 과정에서 희망퇴직을 신청한 2800명을 포함해 총 4500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SK텔레콤도 퇴직 프로그램에 따른 일회성 인건비 지출이 반영돼 영업이익이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연결 매출 17조9406억원, 영업이익 1조8234억원으로 집계됐다. 각각 전년 대비 1.9%, 4.0% 증가한 수치다.
SK텔레콤은 퇴직 프로그램 ‘넥스트 커리어’ 퇴직 지원금을 5000만원에서 3억원까지 증액하면서 관련 인건비 지출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넥스트 커리어는 50세 이상의 SK텔레콤 임직원이 2년간 유급 휴직에 들어간 뒤 퇴직을 결정하면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지원금 증액 이후 지난해 12월 실시한 희망퇴직 신청자가 증가하면서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일회성 비용이 크게 증가했지만 AI 사업 영역이 고르게 성장하면서 SK텔레콤은 이동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AI 관련 매출은 전년 대비 19% 성장하며 전체 실적 확대를 이끌었다.
LG유플러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3.5% 줄어든 8631억원으로 집계됐다. LG유플러스는 통상 임금 범위 확대 판결에 따른 일회성 인건비가 반영됐고, 자회사인 LG헬로비전이 유료방송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이동통신 3사가 일회성 인건비 지출로 인한 손실을 만회해 매출이 증가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SK텔레콤와 LG유플러스가 연내 AI 서비스를 유료화한다고 밝히는 등 AI 수익화 모델이 구체화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높은 챗GPT 사용률이 말해주듯 유료 모델에 대한 사용자들의 거부감이 낮아져 AI 유료화에 대한 성공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