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강산 내 마지막 우리 정부 시설인 이산가족면회소 철거를 시작했다. 12층 규모 면회소 건물을 해체하는 모습이 우리 당국에 포착됐다고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도발을 서슴지 않던 북한이 급기야 남북 화해의 상징이자 이산가족들의 혈연 상봉의 염원을 간직한 곳마저 없애려는 것이다. 반인도적이고 반민족적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소식을 접한 이산가족들은 또 한번 억장이 무너졌을 것이다.
현대아산 등 민간 소유 호텔과 골프장, 관광시설에 이어 면회소까지 철거되면 금강산의 남측 시설은 모두 없어지게 된다. 시설 철거는 핵 협상 부진에 따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다분히 감정적인 결정 때문이다. 그는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회담이 불발로 끝나자 몇 개월 뒤 금강산을 방문해 “남측 시설은 보기만 해도 기분 나쁘다”며 철거를 지시했다. 또 이듬해 6월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폭파했다.
정부는 우리 측 자산이 일방적으로 철거된 데 대해 북측에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연락사무소 폭파 때와 마찬가지로 면회소 철거에도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을 제기해 후일에 배상을 받을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또 이런 식의 반인도적 행태나 ‘벼랑끝 전술’이 핵 협상의 지렛대가 되지 못하도록 미국과 대북정책 공조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
최근 북한과 돈독한 관계인 시리아가 한국과 수교를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시리아는 유엔 회원국 중 우리와 수교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다. 북한의 형제국인 쿠바는 지난해 한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뒤 교류협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다들 한국과 교류하고 싶어 하는데 유독 북한만 벽을 쌓고 있는 것이다. 이제 북한도 자신들만 점점 더 고립시킬 뿐인 남한과의 대결 구도를 청산하고 속히 정상국가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 인민들의 어려운 삶 때문에 눈물까지 흘리는 지도자가 굳이 남한과 국제사회를 등지고 혼자서만 역주행을 고집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