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에 불만 토로하는 尹
서부지법 폭력 사태까지 발생
헌재 정당성 뒤흔드는 발언은
주유소에서 라이터 켜는 행동
尹, 취임식에서 헌법 준수
국민 앞에서 선서했듯이
대통령은 물론, 여든 야든
우리 모두 결과에 승복해야
서부지법 폭력 사태까지 발생
헌재 정당성 뒤흔드는 발언은
주유소에서 라이터 켜는 행동
尹, 취임식에서 헌법 준수
국민 앞에서 선서했듯이
대통령은 물론, 여든 야든
우리 모두 결과에 승복해야
윤석열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진행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윤갑근 변호사는 “지금 같은 심리가 계속된다면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13일 말했다. 하루 전에도 윤 대통령 측은 “단호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헌재가 불공정과 정치 편향성의 대명사가 돼 버렸다”고 했다.
누구든 재판 과정에서 항변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에도 변호인단이 중대 결심이란 표현을 쓰며 집단 사임까지 거론했다. 재판 지연 전략이라는 비난을 받고 결국 철회했다. 자신의 정당성을 다양하게 주장할 수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나 박 전 대통령 때에도 헌재 밖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그래도 모든 과정이 대체로 질서정연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양상이 사뭇 다르다. 지난달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가 있었다. 극도로 흥분한 극소수가 자칫 나라를 혼란에 빠트릴 뻔했던 아찔한 사건이었다. 지난 10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를 불법 점거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건물 안 곳곳에 들어갔다. 탄핵 반대 집회는 흥분으로 가득하다. 언제든지 불법적인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헌재를 습격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윤 대통령은 헌재 대심판정을 이념 대결과 음모론의 장으로 끌어가고 있다. 비상계엄의 중요한 이유로 부정선거론을 내세우며, 사회주의 중국의 대규모 공작이 벌어지고 있다는 거대한 이야기로 연결한다. 야당을 향한 공격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이 횡포를 저지른 것은 맞는다. 각료와 검사를 잇달아 탄핵 소추하고 정부 예산까지 턱없이 줄였다. 그래도 반국가세력이라고 간단히 설명하는 것은 무리다.
부분적인 사실, 이를 전체로 확대하는 단순한 논리와 과장, 선악의 종교적 대립으로 몰고 가는 낙인(烙印)을 뒤섞어 불안감을 자극한다. 한두 가지 주장이 틀렸다고 밝혀져도 소용없다. 반국가세력과 중국의 결탁이 있다는 더 큰 믿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증폭된 위기감은 조급한 행동을 불러온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의 정당성을 뒤흔드는 발언은 마치 주유소에서 라이터를 켜는 행동처럼 위험해 보인다.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국회 앞마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임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렇게 선서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탄핵심판의 결과가 언제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헌법 준수와 국가 보위의 연장선에서 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승복하겠다는 약속을 하길 바란다. 대통령으로서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나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마찬가지로 여당과 야당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어떻게 나오든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혀야 한다.
공정하기 위해 탄핵 찬성 집회 쪽의 행태도 지적하자. 촛불행동 같은 단체는 윤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탄핵을 외쳤다. 사실상의 대선 불복이다. 이들은 실제 탄핵 소추가 이뤄지기 전까지 100차례가 넘는 탄핵 집회를 열었다. 일부 야당 의원들도 집회에 참석해 국론 분열을 부추겼다. 이런 모든 행동이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려는 핑계가 됐다. 이들도 원하는 결과를 받지 못하면 어떻게 행동할지 모르겠다. 태극기를 흔들든 응원봉을 들든 모두 헌재의 결과가 나오면 승복하기로 미리 마음먹자.
헌재가 완벽하지는 않다. 이번 윤 대통령 탄핵심판 역시 여론의 평가, 역사의 평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정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아선 안 된다. 민주주의의 요체는 정권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마음가짐, 내가 원하지 않는 상대와도 타협할 수 있는 관용이다.
정신과 의사들 얘기로 요즘 불안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기자들도 뉴스를 보면 화가 나지만 안 볼 수 없다는 이들을 매일같이 만난다. 여론이 시시각각 요동친다. 비상계엄 직후 나락까지 갔던 국민의힘 지지도가 야당의 무리한 공세와 검경의 헛발질에 다시 민주당을 앞서기도 했다. 모두가 민감하다. 대한민국의 명운이 중요한 갈림길에 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신중에 신중을 기하기를 호소한다.
김지방 디지털뉴스센터장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