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대장동 50억 클럽의 아빠 찬스

입력 2025-02-14 00:40 수정 2025-02-14 00:40

‘대장동 50억 클럽’ 멤버 중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사이에는 ‘아빠 찬스’라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의 자녀는 대장동 사업 시행사인 화천대유에 취직한 뒤 급여 외에 일반의 상식을 뛰어넘는 거액의 돈을 회사로부터 받았다. 박 전 특검의 딸은 ‘대여금’ 형식으로 11억원을, 곽 전 의원의 아들은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각각 받았다. 검찰은 자녀들이 받은 돈을 아버지의 범죄 혐의에 포함시켜 기소했으나 1심 법원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아빠 찬스로 취업한 고위직 인사의 자녀가 회사로부터 아무리 많은 돈을 받아도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생길 것 같다.

어제 박 전 특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1심 재판부와, 2년 전 곽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는 달랐지만 아빠 찬스를 무죄로 판단한 이유는 같았다. 자녀들이 독립적인 경제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받은 돈을 아버지가 받은 돈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박 전 특검이 변협 회장 선거 자금 명목으로 받은 3억원에 대해서는 유죄 선고를 내렸다. 그러나 딸이 회사로부터 돈을 빌린 돈은 차용증을 작성한 뒤 돈의 일부를 갚았기 때문에 박 전 특검이 무상으로 받은 돈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회사가 딸에게 돈을 빌려준 배경에는 아빠가 특검을 맡으면서 변호사 시절보다 급여가 줄어들어 딸에게 더 이상 생활비를 보전해주지 못한 사정이 있었다는 게 화천대유 김만배씨의 검찰 진술이었다.

2023년 2월 곽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도 비슷한 논리를 폈다. 곽 전 의원의 아들이 대학 졸업 후 처음 취직한 화천대유에서 5년10개월간 근무하고 받은 퇴직금 50억원이 사회 통념을 벗어난 금액이긴 하지만 아들이 받은 돈이지 아버지의 뇌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고위직 인사의 자녀가 회사에서 거액의 생활비 대출을 받거나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의 퇴직금을 받아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많은 젊은이들이 허탈해할 것 같다.

전석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