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세수펑크’ 비상인데… 의원들은 ‘지역구 예타 완화’ 입법경쟁

입력 2025-02-14 02:39

2년간 87조원 넘는 ‘세수 펑크’가 났음에도 정치권은 국가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완화하는 법안 발의를 멈추지 않고 있다. 내수 부진에 대외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3년 연속 세수 펑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해당 법안이 재정 악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최근까지 예타 관련으로 발의된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은 8건이다. 지난해 12월 12일 정부가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예타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정치권에서 나온 법안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서 6건, 국민의힘에서 1건을 올렸다.


1999년 도입된 예타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 300억원 이상인 신규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해 우선순위, 적정 투자 시기 등 타당성을 검증한다. 경제적·정책적 타당성, 지역균형발전 기여 등을 평가한다. 비용 대비 편익(B/C) 분석과 종합평가(AHP) 점수가 각각 1.0, 0.5 이상이어야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서울 서대문구를 지역구로 둔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강북횡단선이 예타를 통과하지 못한 것을 언급하며 수도권 사업 예타에도 지역균형발전 항목을 도입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비수도권 사업에 적용되는 지역균형발전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형평성을 위해 만들어진 것을 감안하면 취지에 맞지 않는다. 박희승 민주당 의원은 예타 면제 대상에 지방의료원 건립 등 공공의료체계 구축 사업을 추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들 법안이 염두에 둔 사업들은 예타 문턱을 넘지 못한 전력이 있다. 약 2조6000억원 규모의 강북횡단선 사업은 B/C 0.57, AHP 0.364~0.370으로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 광주광역시·울산의료원 설립사업(약 4182억원) 예타도 B/C와 AHP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예타 기준 자체를 완화하는 법안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의돼 왔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2월 31일 예타 대상 기준 금액 중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을 1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22대 국회 들어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정성호 민주당 의원 등도 비슷한 취지의 개정안을 내놨다. 비슷한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재정소위 통과 후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논란이 불거져 폐기됐다.

문제는 재정 악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조차 정치권이 사업 적정성을 검토하는 최소한의 절차 피하기를 고집한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56조원대 세수 펑크가 난 202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국세 수입이 30조8000억원 덜 걷혔다. 올해도 추가경정예산이 기정사실화한 상황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예타 완화로 정확한 검증 없이 추진되는 사업이 많아질 경우 국가채무, 국민 세 부담 증가 등 부작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