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목회자들에 주식 강의하는 목회자, 그 이유는

입력 2025-02-14 03:03

‘목회자를 위한 쉬운 주식 세미나?’ SNS에서 포스터 하나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목사’와 ‘주식’이라는 단어 조합이 어색하고 이질적이라는 것이 솔직한 첫인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무료나 다름없었고 행사를 기획한 목회자의 취지 설명을 보니 고개를 끄덕이게 됐습니다.

광주에서 목회하는 장일(41) 팔로우교회 목사는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를 지나며 갑작스러운 사임, 경제적 어려움 등을 호소하며 생계 때문에 익숙지 않은 노동 현장으로 떠밀린 사역자들이 적지 않다”며 “사역자들에게 지속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세미나 참가자들의 후기도 긍정적이었습니다. 개척교회를 섬기는 한 목회자는 “‘주식 투자=탐욕’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강의를 듣고 난 후 생각이 달라졌다”며 “목사가 돈 관리하는 법을 모르면 성도들에게도 올바른 재정 원칙을 가르칠 수 없다. 지혜로운 돈 관리법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다”고 적었습니다.

지난달 열린 첫 세미나에는 30여명의 목회자가 참여했습니다. 공고가 나간 지 2주 만에 정원이 찰 만큼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목사가 주식을 해도 되는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장 목사는 이 점을 인정하면서도 “오히려 성경적인 원칙 아래에서라면 투자 자체가 신앙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장 목사는 ‘목사다운 투자법’을 제시합니다. 핵심은 ‘장기 투자, 탐욕 경계, 원칙 우선’입니다. 단기 매매가 아니라 검증된 지수를 중심으로 장기 투자를 해야 하며 시장을 예측하려는 교만을 버리고 무리한 투자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또 투자 수익이 생기면 십일조나 선교 헌금으로 일정 부분 내놓자고 덧붙였습니다.

장 목사는 “투자도 성화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주식 투자를 통해 인내와 절제를 배울 수 있다는 겁니다. 그는 “올바른 재정 관리를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신앙적으로도 중요한 과정”이라며 “돈이 목적이 되는 순간 탐욕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돈 문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장 목사는 “교회 헌금이 투자에 사용돼서는 안 된다”며 “목회자가 성도들에게 직접 투자 상품을 권유하는 것은 절대 금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성도들이 목회자의 조언을 신뢰하는 만큼 경제적인 부분에서 더욱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며 “목회자들이 금융 문맹에서 벗어나 건강한 재정 원칙을 배우도록 돕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습니다.

성경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마 6:24)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목회자들이 금융에 대한 이해 없이 지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균형 잡힌 재정 감각과 건강한 경제 의식을 통해 목회자들이 신앙을 지키면서도 경제적 안정까지 도모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