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3일 3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안했다. 소비 진작에 24조원, 경제 성장에 11조원을 지출하는 방안이라고 한다. ‘민생 회복’이라 명명한 소비 진작 예산에는 지역화폐 사업인 소비 쿠폰 제도, 즉 국민 1인당 25만원과 기초생활수급자 등의 추가 1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예산이 담겼다. 경제 성장 예산에는 사회간접자본 투자 1조1000억원, 인공지능(AI)·반도체 투자와 기초·응용 분야 연구개발 등을 위한 5조원이 포함됐다.
이 정도면 ‘슈퍼 추경’이라 부를 만한 대규모 예산 증액에 해당한다. 지난해 세수 감소로 나라 살림이 80조원 이상 적자를 기록한 터라 추경의 대부분을 정부가 빚을 내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국민이 부담해야 할 국가 부채로 마련하는 돈의 3분의 2 이상을 민주당은 현금 살포에 쓰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것도 지역화폐라는 특정한 방식,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밀어붙여온 포퓰리즘 성격의 지출을 고집했다. 지역화폐 예산과 25만원 민생 지원금은 이 대표가 최근 중도층에 구애하며 ‘포기’를 시사했던 사안인데, 지지층이 반발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전면에 꺼내 들었다. 이렇게 ‘이재명 예산’을 밀어붙이는 것은 추경이 아니라 정쟁을 하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 발등의 불이 된 경제 위기보다 장차 펼쳐질 대선의 표심을 겨냥한 정략적 예산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제안이 협상 테이블에 오른다면 다시 ‘퍼주자’와 ‘안 된다’의 공방 속에 속도가 생명이라는 추경은 방향을 잃게 될 것이다.
한국 경제는 25만원 현금 살포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본질적인 난관에 봉착해 있다.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전략 산업마다 미국의 관세 폭탄 사정권에 들었고, 동시에 중국의 추격과 공세를 막아내야 하는 샌드위치 신세에 놓였다. 미래 먹거리를 좌우할 AI 등 첨단산업은 도약 모멘텀을 찾지 못해 시간이 갈수록 뒤처져 간다. 지금 빚을 내서라도 돈을 써야 할 곳은 이런 산업 경쟁력을 방어하고 구축하고 선점하는 일이다. 민주당이 구상한 추경안은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다. 스스로 그것을 해내야 국민의 지지가 뒤따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