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5만원 현금 살포’ 다시 꺼낸 민주당, 추경 말자는 건가

입력 2025-02-14 01:20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3일 국회에서 35조 가량의 추경안을 제안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3일 3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안했다. 소비 진작에 24조원, 경제 성장에 11조원을 지출하는 방안이라고 한다. ‘민생 회복’이라 명명한 소비 진작 예산에는 지역화폐 사업인 소비 쿠폰 제도, 즉 국민 1인당 25만원과 기초생활수급자 등의 추가 1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예산이 담겼다. 경제 성장 예산에는 사회간접자본 투자 1조1000억원, 인공지능(AI)·반도체 투자와 기초·응용 분야 연구개발 등을 위한 5조원이 포함됐다.

이 정도면 ‘슈퍼 추경’이라 부를 만한 대규모 예산 증액에 해당한다. 지난해 세수 감소로 나라 살림이 80조원 이상 적자를 기록한 터라 추경의 대부분을 정부가 빚을 내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국민이 부담해야 할 국가 부채로 마련하는 돈의 3분의 2 이상을 민주당은 현금 살포에 쓰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것도 지역화폐라는 특정한 방식,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밀어붙여온 포퓰리즘 성격의 지출을 고집했다. 지역화폐 예산과 25만원 민생 지원금은 이 대표가 최근 중도층에 구애하며 ‘포기’를 시사했던 사안인데, 지지층이 반발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전면에 꺼내 들었다. 이렇게 ‘이재명 예산’을 밀어붙이는 것은 추경이 아니라 정쟁을 하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 발등의 불이 된 경제 위기보다 장차 펼쳐질 대선의 표심을 겨냥한 정략적 예산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제안이 협상 테이블에 오른다면 다시 ‘퍼주자’와 ‘안 된다’의 공방 속에 속도가 생명이라는 추경은 방향을 잃게 될 것이다.

한국 경제는 25만원 현금 살포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본질적인 난관에 봉착해 있다.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전략 산업마다 미국의 관세 폭탄 사정권에 들었고, 동시에 중국의 추격과 공세를 막아내야 하는 샌드위치 신세에 놓였다. 미래 먹거리를 좌우할 AI 등 첨단산업은 도약 모멘텀을 찾지 못해 시간이 갈수록 뒤처져 간다. 지금 빚을 내서라도 돈을 써야 할 곳은 이런 산업 경쟁력을 방어하고 구축하고 선점하는 일이다. 민주당이 구상한 추경안은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다. 스스로 그것을 해내야 국민의 지지가 뒤따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