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브랜드는 현대자동차 전동화 전략의 상징이다. 전기로 힘을 만들어내는 이온(Ion)과 독창성을 의미하는 유니크(Unique) 단어를 조합한 아이오닉은 2021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등장한 이후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현대차는 2021년 2월 공개한 준중형 아이오닉 5를 비롯해 중형 아이오닉 6, 고성능차 아이오닉 5 N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급을 선보였다. 이 중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는 각각 2022년과 2023년 월드카 어워즈에서 3관왕을 달성했다. 아이오닉 5 N은 영국·미국에서 올해의 차 등에 선정됐다.
현대차 전동화 전략의 위상을 드높인 아이오닉 브랜드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이오닉 9을 출시했다. 지난 12일 아이오닉 9을 타고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경기 양평군의 한 카페까지 왕복 90㎞를 주행했다.
차량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큰 차체다. 아이오닉 9은 5060㎜ 전장을 비롯해 전폭 1980㎜, 전고 1790㎜, 축간거리(휠베이스) 3130㎜로 갖췄다. 한눈에 봐도 크다는 인상을 줬다.
외관은 보트를 연상시킨다. 매끄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주요 모서리 부분과 지붕 라인을 곡선으로 처리했다. 현대차는 공기 저항을 최소화해 주행거리를 늘리고, 외관의 아름다움을 살리기 위해 이러한 디자인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실내공간은 넉넉했다. 1열 공간은 덩치 큰 운전자가 앉아도 될 정도로 큼직한 시트가 장착돼 있었다. 2열·3열에도 성인 남성이 편안한 자세로 앉아 가기에 충분했다. 특히 2열은 슬라이드와 리클라이너 기능으로 편안함을 더했다.
적재 공간도 돋보인다. 2열 후방 기준 수하물 용량이 908ℓ에 달한다. 이는 골프백과 보스턴백 각 4개를 실을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에 전면 트렁크(88ℓ)까지 활용할 수 있다. 2열·3열 좌석을 접으면 차박도 거뜬한 수준이다.
운전석에 앉으니 탁 트인 전방 시야가 눈에 들어왔다.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각각 12.3인치의 디지털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화면이 하나로 연결돼 운전자가 보기에 편안했다.
주행 성능도 뛰어났다. 가속 페달을 밟자 무거운 차체에도 부드럽게 나아갔다. 차선 변경이나 코너링 구간에서도 안정감이 뛰어났다. 방지턱이나 요철을 넘을 때 덜컹거림이 심하지 않았고, 풍절음도 적은 편이었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운전을 도왔다.
가장 큰 장점은 주행거리다. 아이오닉 9은 E-GMP를 기반으로 전기차 최대용량인 110.3㎾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최대 532㎞까지 주행 가능(19인치 휠 2WD 기준)하다. 이날 배터리가 92% 정도 남았을 때 주행을 시작했는데, 90㎞를 달린 뒤 확인해보니 배터리 잔량이 73%였다. 전비는 ㎾h당 약 4.7㎞를 기록했다.
차량 충전도 빠른 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400·800V 멀티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갖춰 350㎾급 충전기로 24분 만에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9 출시에 맞춰 차량을 인도 받은 후 원하는 디지털 사양을 추가할 수 있는 블루링크 스토어(웹사이트)도 오픈했다. 고객은 블루링크 스토어를 통해 원하는 사양의 적용 시점과 사용 기간을 선택할 수 있다.
아이오닉 9의 판매 가격은 세제 혜택 적용했을 때 7인승 익스클루시브 6715만원, 프레스티지 7315만원, 캘리그래피 7792만원이다. 6인승은 익스클루시브가 6903만원, 프레스티지 7464만원, 캘리그래피 7941만원이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