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개헌 토론회’에 의원 48명 몰렸다… 몸 푸는 與잠룡들

입력 2025-02-12 18:50 수정 2025-02-13 09:42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국회도서관에서 서울시 주최로 열린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 참석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여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국회에서 ‘지방분권형 개헌’을 내건 토론회를 개최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비롯해 국민의힘 현역 의원만 48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당 차원에서는 ‘조기 대선 시그널을 줄 수 있는 행보를 하지 말라’고 거듭 선을 긋지만, 대선 현실화를 염두에 둔 여권 차기 주자들은 하나둘씩 레이스에 시동을 거는 양상이다.

오 시장은 국회도서관에서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를 개최하고 “대통령에게 외교·안보·국방에 관한 권한만 남겨놓고, 내치에 관한 모든 권한은 광역화된 지방자치단체에 과감하게 이양해야 한다”며 ‘5개 강소국론’을 제시했다. 전국을 5개 초광역 경제권으로 나누고 각 지역의 강점을 극대화해 지방소멸과 인구감소 등 위기에 대응하자는 구상이다.

이날 행사는 오 시장의 발언과 북적이는 의원들로 더 주목받았다. 오 시장은 다만 조기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말에 “지금 헌재에서 (탄핵)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며 “그 결론이 난 다음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가 대선 행보 시동 아니냐는 질문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거리를 뒀다.

오 시장은 ‘명태균 리스크’에 대해선 “그 질문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일개 범죄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정부를 좌지우지할 수 있도록 놔두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토론회는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할 만큼 지지자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오 시장이 입장하자 객석에선 오 시장을 연호하며 “대권까지 가자”는 말이 나왔다. 권 비대위원장은 “오 시장이 얼마나 ‘핫한 분’인가 느낄 수 있는 그런 자리”라고 치켜세웠다. 권 원내대표도 “사랑하는 친구 오 서울시장이 공동 주최하는 개헌 토론회 개최를 축하한다”고 축사했다. 김기현 전 대표는 “오 시장은 당의 얼굴이고 자랑”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권 잠룡들도 공개 활동을 늘리며 보폭 넓히기를 시작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계엄 옹호당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야만 다음 대선에서 승산이 있다”며 중도 공략 전략을 폈다. 안 의원은 최근 인공지능(AI), 개헌 등 현안 메시지도 연일 내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청계재단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만나 1시간가량 회동했다.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이명박, 박근혜 두 분은 문재인 정권이 좌파들의 집단적 광기를 이용해 사건을 만들어 뒤집어씌운 억울한 희생자”라며 “똑같은 절차를 윤통(윤 대통령)도 밟고 있다”고 적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지난 설 연휴 기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예방한 사실이 이날 공개됐다. 유 전 의원은 전날 “만약 조기 대선이 있다면 오른쪽 끝에는 김문수·홍준표, 중도 쪽으로는 제가 강점이 있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후보가 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도 국회에서 헌재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원 전 장관은 “지금의 헌재는 헌법으로부터 오히려 도망 다니는 ‘헌법도망소’”라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 정족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전 장관은 지난해 7·23 전당대회 이후 정치적 목소리 발신을 자제하며 장기간 침묵해 왔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