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이 모임통장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모임통장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한 번에 여러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저원가성 예금(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예금)을 조달할 수 있어 나쁠 게 없다는 분석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전날 ‘SOL 모임통장 서비스’를 출시했다. 관련 서비스를 중단한 지 3년 만의 재출시다. 신한은행은 2011년 모임통장 전용 앱까지 출시했지만, 저조한 이용률로 2022년 6월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재출시에 나선 만큼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능적인 면을 강화했다. 시중은행 모임통장 상품 중 최초로 적금통장 기능을 갖췄다. 거래내역 영수증 첨부 기능도 추가했다. 모인 돈을 한동안 쓸 일이 없을 때 파킹통장에 넣어 이자를 더 받는 것도 가능하도록 했다. 기존 모임통장 해지 없이 모임장(長)을 바꿀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뱅킹 앱을 개편하면서 모임통장 기능을 신설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기존 통장에 모임 기능을 연결해 모임통장으로 쓸 수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모임통장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 연 2%대 금리의 파킹통장 기능을 추가하기도 했다. NH농협은행 역시 자사 뱅킹 앱과 연계한 모임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은행들이 거리낌 없이 모임통장 서비스를 강화하는 이유는 모임통장이 저원가성 예금이기 때문이다.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순이자마진(NIM)이 축소된 상황에서 모임통장을 통해 일반 예·적금 상품보다 낮은 금리의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할 수 있다. 모임통장은 대부분 수시 입출금통장 형태로 기본금리는 연 0.1% 수준이다.
금리가 낮다고 이용자 수가 낮은 것도 아니다. 모임통장 시장을 주도해온 카카오뱅크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모임통장 고객은 1130만명이고, 잔액도 8조4000억원에 이른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금 조달이나 수익성 유지를 위해 저원가성예금 확보가 필수인 상황이다. 신규 고객 유치와 앱 사용률 증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은행 입장에선 모임통장 서비스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축은행도 올 상반기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모임통장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전체 79개 저축은행 중 저축은행중앙회 전산 시스템을 사용하는 66개 저축은행이 같은 프로그램을 활용해 모임통장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