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양 피살 사건으로 학교 현장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휴대전화에 안전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거나 교내 CCTV 설치를 요구하는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다만 과거에도 인권침해 등을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던 터라 실제 도입까지는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송지연(35)씨는 자녀 휴대전화에 실시간 음성 송출 기능이 있는 앱을 설치했다. 이 앱은 휴대전화를 켠 채 실행하면 GPS로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 휴대전화 주변에서 나는 모든 소리를 부모가 실시간 들을 수 있다. 송씨는 12일 “김하늘양 아버지가 해당 앱으로 실종된 아이의 위치를 찾아다녔다는 사실을 알고 같은 앱을 다운로드했다”며 “혹시라도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끄라는 요청이 있으면 바로 엄마에게 전화해 알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양이 발견된 초등학교 2층 시청각실 주변에 CCTV가 없었다는 점도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지점이다. 박혜정(40)씨는 다음 달 열리는 학부모 모임에서 CCTV 설치에 대한 안건을 제안할 예정이다. 박씨는 “교실뿐 아니라 창고나 다용도실 같은 곳들도 사각지대 없이 CCTV를 설치해야 한다고 본다”며 “부모들이 안심하고 학교에 보낼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내 CCTV 설치 문제는 과거에도 거론된 적 있지만 개인정보 유출 및 인권침해 우려 등을 이유로 설치가 무산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2년 “학생과 교사의 모든 행동이 촬영돼 개인의 초상권과 프라이버시권, 학생들의 행동자유권, 표현의 자유 등 개인의 기본권이 제한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학교 현장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폭탄 교사’를 업무에서 배제하지 않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대전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최모(33)씨는 “정신 병력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모두 이런 사건을 벌이는 것은 아니지만, 교사는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적극적인 분리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 측에 재직 중인 교사들 명단과 정신병력 이력 유무 등을 학부모들에게 공개할 것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이 같은 주장에 교사들은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기도 한다. 특히 실시간 음성 송출 기능이 있는 앱 설치가 교사들에겐 두려움의 대상이다. 초등 교사들이 모인 커뮤니티인 ‘인디스쿨’에서 A교사는 “모든 학생이 실시간 음성 송출 앱을 깔고 등교를 한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며 “저학년은 부모 동의 없이 휴대폰을 끄라고 하기도 어렵다. 앞으로 모든 상황이 도청되고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B교사는 “(앱은) 가방이나 사물함에 넣어도 교실 소리가 다 들리는 성능을 가졌다”며 “교실에 들어오면 휴대폰을 끄게 해야겠다”고 했다. C교사는 “도청 논란이 있던 앱이라 문제가 되는 것 같다”며 “교사들의 수업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는 선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