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열린 2월 임시국회 첫 대정부 질문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정을 방불케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변호인단처럼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절차상 문제와 주요 증인의 진술 오염을 주장하며 윤 대통령 엄호에 주력했다. 다만 국회에 나온 정부 측 인사들로부터 의미 있는 답변은 끌어내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국민의힘이 내란에 동조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국민의힘 첫 질의자로 나선 윤상현 의원은 “세상에 어느 나라 대통령이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나라를 망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국민이 헌법재판소를 전혀 믿지 못하고 있다. 헌재가 불공정과 정치 편향성의 대명사가 돼버렸다”며 “대한민국의 탄핵심판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서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헌재를 공격했다.
같은 당 성일종 의원은 민주당이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등을 회유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곽 전 사령관은 계엄 해제 이후 군 장성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의 유튜브 방송에 나와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했다”는 발언을 했고, 국방위원회 소속이던 박범계 의원과 별도 면담도 진행했었다. 성 의원은 “오늘 김현태 특전사 707특수임무단장을 공식적으로 불러 면담했는데, 김 단장이 ‘민주당 의원들한테 완전히 이용당했다’고 말했다”며 “박 의원이 곽 전 사령관에게 답변을 연습시키며 리허설을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별도로 헌재를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매섭게 몰아붙였다. 이춘석 의원은 “내란동조 정당으로 해산되고 싶지 않다면 더 이상 선을 넘지 말라”며 “국민의힘이 서 있는 곳은 이미 레드라인”이라고 경고했다. 또 “앞다퉈 구치소에 있는 대통령을 알현하고, 이제는 최고 헌법기관인 헌재마저 공격하고 있다”며 “정권을 잡기 위해 국가 근간까지 아무렇지 않게 흔드는 국민의힘을 공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이 진정 헌법에 맞는 정당이라면 윤석열을 끊어내라”는 촉구도 했다.
같은 당 김성환 의원은 “부정선거라 우기고 자신에게 내려진 판결이 부당하다고 여겨지면 법치주의를 부정하며, 자신에게 비판적 언론은 모두 좌파 편향 언론이라고 말하는 세력이야말로 자유민주를 부정하는 반체제 세력”이라며 “극우 세력들은 지금 기세라면 윤 대통령 탄핵 인용 시 헌재 습격 사건도 일으킬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은 대정부 질문 전 진행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내란 세력을 발본색원해야 한다”며 “헌정질서 회복을 위해 ‘반헌법행위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을 국회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여야 간 막말과 고성도 난무했다. 야당 의원들은 헌재를 비판하는 국민의힘을 향해 “내란당”이라고 소리쳤고, 국민의힘은 “시정잡배들”이라고 야당을 쏘아붙였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