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상품권 활용 사재기까지… 금값도 ‘김치 프리미엄’

입력 2025-02-13 00:00 수정 2025-02-13 00:00

국내 금값이 국제 시세보다 이례적으로 비싸게 거래되는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수요가 몰린 가운데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영향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온누리상품권을 활용한 금 현물 사재기도 금값을 더 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RX금시장에서 거래되는 ‘금 99.99_1kg’은 1g당 15만887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거래소가 공시한 국제 금값은 1g당 13만5070원이다. 국제 금값보다 국내 금값이 17.6%나 비싸게 거래된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도 차이가 크다는 반응이다.


국내 금값이 더 비싼 이유는 기본적으로 투자 열풍이 뜨겁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금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인 ACE(에이스) KRX 금 현물 순자산은 9613억원으로 최근 1년 새 7배 넘게 불어났다. 금 현물에 직접 투자하는 이 ETF는 개인이 연금계좌에서도 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상품이어서 인기가 높다. 이날도 개인 순매수 자금이 120억원이 유입됐다. 레버리지 ETF를 포함해 전체 ETF 개인 순매수 중 1위다.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발행한 온누리상품권을 통한 금 거래도 가격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상품권을 최대 15% 할인해 구매한 뒤 전통시장 인근 금은방에서 돌 반지나 황금열쇠 등을 사는 것이다. 최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식의 매수 인증 글이 ‘재테크 사례’로 잇따르고 있다.

금값은 수급 상황에 따라 나라별로 다를 수 있다. 최근에는 미국 시세가 영국보다 일시적으로 비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에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에 미국으로 금을 반입하려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커져서다. 지난달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 금융사들이 393t 상당의 골드바를 뉴욕상품거래소 금고로 옮겼다고 보도했다. 각국 중앙은행과 금융사는 금 현물 거래가 활발한 영국에 금을 보관하는 것을 선호해왔다.

당분간 금값 상승에 제동을 걸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다면 이를 헤지(hedge 위험회피)하기 위해서라도 금 투자가 주목을 받을 것”이라며 “만약 인플레이션이 둔화한다면 금리가 내려가면서 안전자산으로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