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조선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협상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략 수출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1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올해 방산 벤처기업을 위한 정책 펀드를 결성할 계획이다. 2025~2027년 3년간 600억원을 투입하며 올해는 200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이번 펀드는 중소 업체들의 수출을 뒷받침할 금융지원은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추진됐다.
당정은 지난 10일에도 방산 수출 지원책을 쏟아냈다. 오는 2027년까지 인공지능(AI), 우수 첨단소재 등 10대 국방전략 기술에 3조원 이상을 투자, 방산 소재·부품 분야 우수 중소기업엔 업체당 최대 50억원을 2년간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방산업계의 건의를 수용해 180일 범위에서 특별연장근로시간제도를 적극 활용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조선업계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산업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K-조선의 지속 가능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26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조선해양 분야 지원액인 1854억원 대비 39.5% 늘어난 금액이다. 구체적으로 친환경 선박에 1700억원, 선박 건조 공정 디지털전환에 700억원, 자율운항선박 등에 2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여기에 산업부는 범부처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미국과의 협력을 위한 조선 협력 패키지를 마련 중이다.
조선·방산은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의 중심이 된 미국 신정부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라는 공통점이 있다. 중국에 맞서 미 해군력을 강화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조선업 관련 한국의 협력을 요청했다. 최근 미 의회에선 해군 함정 건조를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에 맡기는 것을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미국 법상 미군 함정은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돼선 안 되지만, 이같은 제한을 동맹국에는 풀자는 취지다. 방산 분야에서도 미국은 첨단 무기에 비해 재래식 무기를 등한시한 결과 자주포 개량에 실패해 해외에서 자주포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와 탄약운반차 K10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조선과 방산 등 미국이 필요한 산업에 투자할 테니 관세 예외를 허용해달라는 식의 협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1조 달러(약 145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등 ‘선물 보따리’를 풀었고 미·일 동맹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얻어냈다. 여기에 일본은 이날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계획과 관련해 일본을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국은 리더십 복원 후 미국에 내줄 것을 논의 테이블 위에 올려 최대한 이익을 취해야 한다”며 “미국이 대중국 배제를 위해 가장 필요한 방산, 조선, 태양광 등 분야가 협력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