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60여개 게임사가 독점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구글과 애플에 맞서 처음으로 집단소송을 제기한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구글·애플의 인앱 결제 강제 행태에 대한 과징금 부과와 손해배상 처분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소송에는 ‘빅4’ 게임사가 참여하지 않아 글로벌 빅테크 ‘갑질’에 공동 대응할 협상력을 모으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2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위더피플은 조만간 미국 하우스펄드로펌과 함께 구글·애플의 인앱 결제 및 독과점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집단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위더피플 이영기 변호사는 “60여개사로 1차 접수를 마감한 이후에도 참여 기업 수가 늘고 있다”며 “현재는 미국 감정전문가 평가에 앞서 손해배상 자료를 취합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미국 하우스펄드는 지난 2023년 동일한 구글 인앱 결제 건과 관련해 4만8000개 미국 앱 업체를 대리해 손해배상 합의를 이뤘다.
한·미 연합 로펌은 제소 전 화해 형식의 손해배상 합의(집단조정)를 먼저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미국 법원은 구글·애플에 대해 적법 수수료(4~6%)의 차액을 소 제기 기업들에 배상하도록 결정했다.
인앱 결제란 앱에서 유료 콘텐츠를 살 때 구글·애플 등의 앱스토어(장터)를 통해 결제하는 방식을 말한다. 구글(플레이스토어)이나 애플(앱스토어)은 자사 앱스토어 안에서 각국의 앱·콘텐츠를 판매하고 결제 금액의 최대 30%까지 수수료로 떼어간다. 국내 게임산업은 연 매출 22조원의 세계 4위 시장으로 성장했으나 구글과 애플이 게임 앱 개발사에 정상 가격 대비 3~5배 높은 30% 수수료를 부과하면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미국·일본은 제3자 결제를 시작으로 수수료율이 20%대로 인하되기 시작했고 유럽도 디지털시장법(DMA)에 따라 17%까지 낮아졌지만, 한국의 수수료율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인 30%대다.
두 로펌은 연간 국내 게임 앱 소비액 약 8조3000억원 중 적정 가치를 넘는 지나친 수수료 부과로 인한 피해액을 연간 2조원 안팎으로 보고, 지난 2020~2023년 4년치 피해액을 약 9조원으로 산정했다.
인앱 결제의 과도한 수수료를 내고 있는 중소 게임사들은 집단소송에 참여하고 싶지만 국내 앱 시장의 90% 이상을 독과점한 구글과 애플의 보복이 두려워 주저하고 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이 바닥에서 구글과 애플의 피드백은 곧 법과 같다”면서 “수수료 문제로 싸워서 그들이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 앱 출시 지연 등으로 힘을 악용하면 중소·중견 게임사는 버텨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소송이 국내가 아닌 미국법에 근거한 점을 들어 만일 손해배상 청구를 이유로 불이익이 발생하면 구글과 애플 본사가 반독점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도 구글이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일부 대형 게임사에 리베이트 제공 및 광고 입찰가 담합 등을 통해 부당 이익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김혜원 김지훈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