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행 수요 증가하는데… 정치권은 반중 정서 자극

입력 2025-02-13 01:42

윤석열 대통령이 제기한 ‘부정선거 중국 배후설’로 인해 혐중 정서가 확산하면서 국내 여행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인의 중국 여행이 급증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뜻밖의 암초로 인해 관광시장에 불똥이 튈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12일 법무부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 출국객 수는 약 231만명이다. 전년 대비 115.6% 증가했다. 홍콩(99.7%), 라오스(58.5%), 몽골(40.3%), 인도네시아(38.2%)가 뒤를 이었다.

중국 관광객이 급증한 배경엔 중국 정부가 한국인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처음 실시한 무비자 정책이 자리한다. 이를 통해 비자 발급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게 주는 등 중국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여행 수요가 급증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국으로 향한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11월 1일부터 지난달 16일까지 모두투어의 중국 여행 예약은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했다. 특히 이번 설 연휴(1월 25∼29일) 중국 여행 예약은 지난해 설보다 75% 늘었다.

중국 여행객은 급증하고 있지만 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발표한 ‘2015~2024 한국인의 대중국 인식 분석’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28.0으로 나타났다. 미국(59.1)과 일본(40.4)에 비해 현저히 낮다. 27.6을 기록한 북한과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 윤 대통령과 극우 정치세력이 반중 정서를 부추겼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중국 간첩’과 ‘중국 태양광’을 비상계엄 정당화 수단으로 언급한 데 이어 최근 “중국 공산당이 선거 시스템을 조작하고 탄핵촉구 시위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반중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중국 여행 수요 급감으로 이어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매체와 일부 누리꾼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즈는 지난 10일 “한국 극우 보수주의자들이 조작한 ‘중국 개입’ 루머는 싸구려 정치적 술수”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중국 당국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매체가 직접 한국 국내 문제와 관련해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같은 어수선한 상황으로 인해 한국을 찾는 중국인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한 중소 여행사 관계자는 “한국의 상황을 걱정하며 안전한지 묻는 중국인 문의가 증가했다. 여행지 선택 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치안과 정치적 안정성인데, 현재 한국은 둘 다 충족된다고 느끼기 어려운 상황”이라 지적했다.

지난해 중국의 내수 부진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인한 미중 무역갈등도 관광산업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서영충 한국관광공사 사장 직무대행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기존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들이 개별 관광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