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려면 사전에 국회 동의를 거치도록 하는 야당의 계엄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가 “헌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입법조사처는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가 있을 경우 즉시 계엄 효력이 상실되는 내용, 계엄을 해제할 때 국무회의 절차를 생략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에 대해서는 ‘긍정 검토’ 입장을 밝혔다.
12일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발의한 계엄법 개정안 62건(철회 2건)이 올라 있다. 이 중 58건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집중적으로 발의됐는데, 17개 법안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기 전 반드시 국회 동의를 얻도록 한 ‘사전동의 규정’ 신설 내용을 담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다만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계엄법 관련 검토보고서에서 국회 사전동의제에 대해 ‘법률이 아닌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입법조사처는 “헌법에서 계엄의 요건과 절차를 정하면서 국회의 사전 동의를 정하지 않은 것은 상황의 긴박성이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정도로 엄중하고 시급한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헌법 규정에서 국회의 사전적 동의를 정하지 않은 것과 다르게 법률에서 사전 동의를 정한다면 위급 상황을 극복하려고 한 (계엄 제도) 취지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야당 개정안에는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가 있으면 계엄 효력이 즉시 상실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국회가 지난해 12월 4일 오전 1시3분쯤 계엄해제를 의결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3시간여가 지난 뒤인 오전 4시26분에서야 계엄을 해제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헌법 77조 5항이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가 있으면 대통령이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정한 것은 국회 해제 요구가 있으면 대통령은 당연히 이를 해제해야 하며, 계엄 효력이 확정적 무효가 된다는 것을 예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1952년 5월 ‘부산 정치파동’과 관련해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에 응하지 않았던 헌정사적 전례가 있다”며 “국회 해제 요구가 있으면 그 즉시 계엄은 효력을 상실한다고 (법률로)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 의결 시 ‘국무회의 생략’ 필요성도 인정했다. 입법조사처는 “국회가 해제를 요구한 경우 국무회의 심의에서 계엄 해제의 결과가 달라질 수도 없을 뿐 아니라 국회가 의결한 사항을 국무회의에서 심의한다는 것은 국회의 헌법상 지위나 위상과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연한 해제 사유인 국회의 의결로 계엄 해제 요구가 이뤄지면 국무회의 절차 없이 계엄해제 선언을 하도록 계엄법 규정을 개정할 수 있다는 견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입법조사처는 대통령이 국회 통고 등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는 “핵심적인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서 계엄 선포 자체가 원천무효가 되도록 하는 방안을 두는 건 확인적 규정”이라고 밝혔다. 헌법상 유일하게 계엄해제 요구권을 가진 국회의 집회·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헌법 위반사항”이라고 단언하며 “(이 같은 경우) 무효인 계엄으로 보는 건 (법률에) 새로운 내용을 정하는 게 아니라 확인적 규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