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부터 대학생, 주부까지 불던 코딩 열풍이 주춤하고 있다. 경기침체에 인공지능(AI) 코딩 실력 발전으로 개발자 취업 문이 좁아지자, 기초부터 다지는 코딩 교육에 대한 관심 역시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개발자 ‘부트캠프’(신입 훈련소)를 운영해온 기업들은 신입 양성 프로그램의 중요성이 줄어들지 않았다며 관련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12일 정보기술(IT) 채용시장 분석서비스 비사이드에 따르면 개발자 채용 공고는 지난 2022년 1만4489건에서 지난해 8509건으로 2년 사이 41.3% 감소했다. 직군 중에서는 AI 시스템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역할을 하는 AI 개발자를 찾는 공고만이 유일하게 증가했다.
경기침체와 투자 위축에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고용을 줄인 영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초보 개발자 수준의 코딩 실력을 갖춘 생성형 AI가 인간 개발자들의 업무를 대체하기 시작한 영향도 작용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생성형 AI가 초급 개발자의 역할을 대체하기 시작했으며, 한 명의 개발자가 더 넓은 업무 범위를 담당할 수 있게 됐다고 진단했다.
취업 문이 좁아지며 코딩 교육에 대한 열기도 덩달아 식어가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초·중·고등학생 대상 코딩경진대회 참여 팀 수 등을 보더라도 관심이 주춤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코딩 교육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IT 교육 스타트업들 역시 지난해 AI 활용·개발 교육 프로그램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다만 소프트웨어 인력 구인난을 해소와 사회공헌을 목표로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기업들은 관련 프로그램을 지속해나가거나 확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수준의 개발 실력에 도달하기 위해서 기초부터 실력을 찬찬히 다지는 교육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2018년 시작한 이래 7000명이 넘는 취업자들을 배출해온 SSAFY 프로그램의 관계자는 “매 기수 수료식에서는 기업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수준의 프로젝트들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수개월의 합숙을 통해 개발자를 양성하는 ‘정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크래프톤은 다음 달 게임 프로그래머를 양성하는 교육 과정을 추가한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기초부터 정공법으로 공부하는 동시에 프로젝트 협업 경험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