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12일(현지시간)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발표하면서 각국 정부가 협상과 맞대응의 갈림길에서 고심하고 있다. 한 달간 시한을 두고 협상을 시도하겠다는 국가들이 대부분이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구원’이 있는 캐나다 등은 저항과 보복관세도 언급하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1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관세에 대해 “전적으로 부당하다”며 맞대응 의사를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앞으로 몇 주간 이 용납할 수 없는 관세가 미국인과 캐나다인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강조할 것”이라며 “우리는 또한 국제 파트너, 친구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는 철강·알루미늄의 대미 주요 수출국이다. 특히 캐나다산 철강은 대부분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저가 중국산 철강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면서 다른 판로를 개척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멕시코 정부도 이날 트럼프의 관세 결정을 두고 “비논리적이며 말이 안 되는 생각”이라고 비난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경제장관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의 정례 기자회견에 배석해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철강·알루미늄)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며 “자국 제품을 더 많이 수출하는 국가에 관세를 매기는 건 매우 이례적이면서도 정당치 않다”고 비판했다. 멕시코는 트럼프가 집권 1기 때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자 돼지고기·사과·치즈·버번위스키 등에 보복관세를 매기며 맞대응한 바 있다.
유럽연합(EU)은 정면 대응을 밝히면서도 협상으로 가는 길도 열어뒀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J D 밴스 미국 부통령과 회동한 뒤 엑스에 “트럼프 대통령과 당신(밴스 부통령)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적었다. 그는 회동에 앞서 낸 성명에선 “미국의 관세 부과 결정은 심히 유감”이라며 “확고하고 비례적인 대응 조치를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의회 연설에서 “미국이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EU는 단결해 대응할 것”이라며 “하지만 관세와 보복관세라는 잘못된 길은 피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EU가 트럼프 관세에 대응해 위스키·오토바이·오렌지주스 등 미국산 제품에 대해 유예 중인 관세를 재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철강 관세에 “예외나 면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호주에는 관세 면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영국도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은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력히 믿는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일본을 제외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주미 일본대사관을 통해 미 정부에 요청했다면서 “이번 관세 조치의 내용과 영향을 충분히 조사하면서 필요한 대응을 확실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트럼프의 철강 관세가 업계 노동조합 등 미국 각계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관세가 경제·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며 현대제철이 미국에 철강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라는 내용을 재차 언급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