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나침반이 된 성경말씀] 내 앞에서 가시며 나를 떠나지 않는 하나님

입력 2025-02-15 00:17
“그리하면 여호와 그가 네 앞에서 가시며 너와 함께 하사 너를 떠나지 아니하시며 버리지 아니하시리니 너는 두려워하지 말라 놀라지 말라.”(신 31:8)


지금부터 정확히 1년 전 나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이 성경 말씀을 보고 있었다. 침대 바로 옆 창문에는 뜻밖에도 신명기 31장 8절 말씀이 붙어있지 아니한가. 몇 년 전 기독교인들의 심금을 울렸던 영화 ‘교회오빠’에서 주인공 이관희 집사가 고통스러운 암 투병 중에도 하나님 말씀을 놓지 않으려고 병실 천장에 성경 구절을 붙여 놓은 장면이 생각이 났다. 마약성 진통제로 고통을 달래기보다는 끝까지 의식을 유지한 채 하나님 말씀에 의지하겠다는 신앙의 자세가 너무 감동적이어서 만일 나에게도 그러한 일이 일어난다면 한 번 따라 해 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병원이 환자의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중환자실에 누운 나는 고개만 돌리면 이 말씀을 보며 큰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입원 하루 전 서울역에서 부산으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평소와 다르게 걸을 때 숨이 차고 가슴을 살짝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간헐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다음날 오전에 예정된 고신대 복음병원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 일정이 먼저 떠올랐다. 1년간 미루었다가 잡힌 중요한 강의였기 때문에 조금만 참고 있다가 병원 강의를 가는 길에 진료를 받으면 되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만일 강의 중 문제가 일어난다 한들 병원 안이니 괜찮지 않겠냐는 허무맹랑(?)한 상상도 떠올랐다.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아 그래 딸애가 있었지.” 대학병원 수술실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딸은 취업 후 독립해서 생활하고 있었다. 평소 내 전화를 받지 않던 딸은 벨이 울리자마자 전화를 받았고 당장 119를 부르라는 딸의 호된 의료적 질책과 성화에 나는 병원 응급실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병명은 심근경색. 술 담배를 하지 않고 평소 고지혈이나 고혈압, 당뇨, 콜레스테롤의 수치 또한 정상인 나에게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지방대학 입시의 어려움과 구조조정 그리고 신학에 대한 무관심은 지난 몇 년 동안 내게 큰 스트레스를 안겼었다.

관상동맥에 스텐트 시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누운 채 신명기 31장 8절을 보며 ‘내 앞에서 가시며’ 그리고 ‘나를 떠나지 않는’ 하나님에 대한 깊은 신뢰와 감사가 온몸을 휘감고 있음을 느꼈다. 백세시대에 평신도를 향한 성경 교육의 비전도 주셨고, 국내외 학부를 세 군데나 다닌 끝에 간호사의 길을 찾은 딸도 준비해 두셨다. 이제 그 딸은 결혼과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다. 더는 ‘두려움’도 ‘놀랄 일’도 내게는 없는 듯하다.

<약력> △영화평론가 △극동방송 해설이 있는 명화극장 진행자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