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당은 헌재 흔들기 자제하고 헌재는 빌미 주지 말아야

입력 2025-02-13 01:30
윤웅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둘러싼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은 우려스럽다. 탄핵 심판이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불식되지 않는다면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국론이 분열되고 소모적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12·3 비상계엄 이후 2개월 넘게 마비된 국정을 속히 정상화해야 하지만 탄핵 심판이 졸속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헌재 흔들기는 자제돼야 하며 헌재가 공정성을 잃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도 대단히 경계해야 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어제 헌재를 항의 방문해 헌재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례를 답습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는 2017년 당시 탄핵심판에서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탄핵소추위원장이었는데 지금 와서 그때와 다른 잣대를 요구하는 것은 자기 부정이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헌재를 ‘헌법도망소’로 비난하는 것도 지나쳤다. 여당은 과도한 헌재 흔들기를 자제해야 한다.

그러나 헌재도 공정성 시비의 단초를 제공하지 않았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헌재가 증언대에 선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검찰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은 일리 있다. 내란죄 사건의 1심 재판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헌재가 검찰 조서만으로 사실관계를 구성한다면 탄핵 심판 결정의 설득력을 떨어뜨릴 것이다.

헌재가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증인신문 요청을 기각한 것도 아쉽다. 국무회의에서 비상계엄을 반대했고, 국회에서도 “비상계엄은 잘못”이라고 답변한 한 전 대행이 이제 와서 비상계엄을 정당화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설사 한 전 대행이 윤 대통령에게 다소 우호적인 증언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헌재가 이를 미리 차단해 피청구인에게 과도하게 인색하게 군다는 인상을 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충분히 방어권을 보장해줘야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지 않겠는가.

한 전 대행에 대한 탄핵 심판이 더디게 진행되는 것도 공정성 시비를 낳고 있다. 한 전 대행에 대한 탄핵 심판은 쟁점이 단순할 뿐 아니라 국정 안정의 시급성을 고려하면 신속히 결론을 내렸어야 했다. 그러나 국회가 탄핵청구서를 제출한 지 2개월이 지나서야 첫 변론이 열리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